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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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0 주일/ 엠마오에서 예루살렘으로 곧바로 돌아가는 부활 - 기 프란치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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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20sook] 쪽지 캡슐

2017-04-29 ㅣ No.111750




가해 부활 3주일, 루카 24,13-35(17.4.30)


“빵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시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24,31-32)












엠마오에서 예루살렘으로 곧바로 돌아가는 부활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주간 첫날, 제자들은 서로 그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엠마오를 향해 걷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살아나시어 바로 곁에서 걷고 계심에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제자들은 아직 예수님을 자신들의 관념 안에 두고 이야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자들은 주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거듭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예고하셨는데도, "마음이 굼떠"(24,25) 알아듣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부름에 흔쾌히 응답하여, 자신들의 삶의 자리를 떠난 그들이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하느님의 신비를 스스로 알아차릴 수 없는 인간의 한계, 스승을 잃은 슬픔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입니다.

엠마오 길을 가던 두 제자는, 예수님을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예언자’(24,19)라 부르면서도, 하느님의 뜻과 그분의 약속을 받아들이려 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고난을 겪고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십자가 앞에 절망한 것이지요. 그들은 메시아가 죽을 수는 없다는 관념의 틀에 갇혀 하느님의 신비를 보지 못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알아보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사랑이신 분을 잃은 ‘사랑의 슬픔’이 너무나 컸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랑으로 지음 받고, 사랑 때문에 사랑을 위하여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결정적인 최고의 사랑을 보여주셨지요. 사랑을 주던 사랑이 사라져버리는 것보다 더 큰 슬픔은 없습니다. 제자들은 사랑을 잃어버린 슬픔에 눈이 가려 하느님의 신비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눈이 가려 죽음을 넘어 생생하게 살아계신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제자들이 눈을 뜨도록 이끌어주십니다. 그 첫걸음은, 그들이 절망과 슬픔을 안고 걸어가는 엠마오 길에 “가까이 가시어 함께 걸으시는”(24,15) 것입니다. 부활의 삶은 철저히 주님에 의해 시작됩니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절망과 슬픔의 상황으로 들어가 함께 하는 것이, 바로 부활을 향한 첫걸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풀이 꺾인 제자들과 함께 걸으시며,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분”(24,26)임을 상기시켜주십니다. 이어서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십니다(24,27). 그러자 제자들의 마음이 타오릅니다(24,32). 굳었던 마음과 생각의 문이 열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부활의 삶은 성경 말씀을 들음으로써 내 생각을 버리고 마음을 열어 십자가를 받아들이는 삶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두 제자와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 주십니다. 그제야 그들은 눈이 열려 주님을 알아봅니다. 그 순간 그들은 다락방에서의 사랑 가득했던 최후만찬을 기억했을 것입니다. 부활의 삶은 그렇게 사랑의 기억에서 불붙게 되지요.

마음이 타오르고 눈이 열린 제자들은, ‘곧바로 일어나’(24,33) 기쁨과 희망을 안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나의 인생길에 가까이 다가와 함께 걸어주시는 주님으로부터 시작되는 부활의 삶은 , 말씀으로 마음이 열리며, 그분의 몸 곧, 십자가 희생과 죽음에 담긴 사랑을 기억함으로써 꽃을 피웁니다.

오늘 우리 앞에는 수없이 많은 십자가가 놓여 있고 또 다가옵니다. 십자가 앞에서 예수그리스도처럼 그것을 받아들이고, 죽음보다 크고 강한 사랑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부활은 없을 것입니다. 그 사실을 부인하고 외면하며 걷는 내 인생의 엠마오길은, 부활이 아닌 절망과 슬픔의 연속일 뿐입니다. 사랑으로 고통과 시련, 절망과 슬픔을 말씀과 성체 안고 직면하며, 예루살렘으로 ‘곧바로 돌아가는’ 회복과 되살림, 나눔과 열림, 해방의 순례를 시작하는 오늘이었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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