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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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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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재 [ajeonguard] 쪽지 캡슐

2018-02-17 ㅣ No.214378

             이사 가려고 하니

 

누가 말해주지 않더라도

벌레들은 기를 쓰며 빛이 있는 데로 달려간다.

날개가 있는 벌레도 날개가 없는 벌레도.


나의 창은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볼 생각을 못했구나.

벌레만도 못한 인생을 살았구나.

그래서 나의 호주머니 속에는

저 세상으로 가져가지 못할 것들만 넘쳐났다.


이제는 때가 되어 이삿짐을 꾸려야 하는데,

가져 갈 것들과 가져가지 못할 것들을 나눠

가져가지 못할 것들을 차곡차곡

벌레만도 못한 인생 위에 뿌려야 하는데,

그리하여 무거웠던 짐을 보는 걸 완전히 덜고

힘겨움을 헤집고 그나마 살아남은 힘을 다해

가져갈 것들만 메고 저 길로 떠나야 하는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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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이사, 이삿짐, 죽음, 저승, 천국, 연옥,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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