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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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6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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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02-19 ㅣ No.127696

 

고인이 되신 소설가 최인호 씨와 법정 스님의 대담집인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두 분이 입고 있던 육신의 몸은 이 세상에 없지만 두 분이 남긴 삶의 향기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습니다. 최인호 씨는 가톨릭 문학인으로서 서울교구 주보에 말씀의 이삭을 남겨 주었습니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비롯한 책으로 구도자의 길을 보여 주었습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한번 읽어 보면 좋겠습니다. 성공, 권력, 명예, 재물이라는 탑을 향해 무한 질주하려는 우리에게 가족, 나눔, 비움, 감사,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대담입니다.

 

오늘은 책에 나온 내용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행복이란 어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지요. 우리에겐 원래 행복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있습니다. 작은 것을 갖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을 보는 눈이 열리겠지요.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에 행복의 씨앗이 들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안목은 사물을 보는 시선일 텐데 똑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어떤 이는 가격이 얼마라는 식으로 보고 또 어떤 사람은 아름다움의 가치로 봅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관계는 두 가지가 받쳐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친구지간이든 부부지간이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신의와 예절입니다. 지금은 죽고 못 살 만큼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속상하면 못할 소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속상하더라도 막말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막말하면 상처를 입히고 관계에 금이 갑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의 특성이 있습니다. 남을 닮으려고 하는 데서 병이 생깁니다. 닮은 것은 복사품이지 창조물이 아닙니다. 사람이 제각기 얼굴이 다르고 목소리가 다르고 눈빛이 다른 것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으로 초대받은 존재라는 의미인데 왜 남을 닮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각자 자기의 특성을, 자기 빛깔의 자기 꽃을 피워야 합니다.”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욕망과 욕심으로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잠시 스쳐 가는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소유가 행복인 것처럼 존재의 의미를 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눔과 희생으로 이웃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풀잎 끝에 맺혀있는 이슬과 같은 인생의 길에 영원한 삶을 꿈꾸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주는 각자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하느님의 사랑과 억겁의 인연으로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진리의 방주를, 사랑의 방주를, 나눔의 방주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랑과 희망, 믿음과 나눔의 방주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권력과 재물, 소유와 명예의 방주를 얻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기에 빵의 기적은 감사와 찬미를 통해서 이루어짐을 잊어버렸습니다. 풍족하게 먹고 남은 광주리는 나눔에서 시작됨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노아의 방주는 돈과 권력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노아의 방주는 감사와 찬미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노아의 방주는 나눔과 희생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참된 행복을 통해서 우리가 만들어야 할 방주를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 복음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 자비를 베풀며,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이미 방주에 타고 있으며, 그런 사람들이 보여 주는 삶의 향기가 이미 방주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방주를 만들고 있는지요? 여러분들이 타고 싶어 하는 방주는 또 어떤 방주인지요?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함께 나누는 것은 이 세상에서 하느님께로 향하는 방주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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