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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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손하게 용서를 청하는 기도를 / 사순 제3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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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18-03-10 ㅣ No.118878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한 유다 청년이 율법 학자에게 자랑하였다. “저는 탈무드를 세 번이나 읽었습니다.” 사실 탈무드는 그 량이 방대하기에 이는 참으로 놀라왔다. 그런데 그 학자는 이에 감탄하기는커녕 다음과 같이 물었단다. “그대가 탈무드를 세 번이나 읽었다고? 그러면 탈무드는 그대를 몇 번이나 읽었는가?” 청년은 이에 크게 깨닫고 돌아갔다나.

 

사실 바리사이가 기도한 대로 불의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그를 의인이라 할 수가. 일주일에 단식을 두 번이나 하고 십일조를 바쳤다고만 의로운 것도. 의로움이란 하느님께서 그의 삶을 헤아리어 변화시키시도록 자기 자신을 겸손하게 내어 드리는 태도에서 나오니까. 자신을 성찰하지 않는 이는 그 어떤 위대한 일을 하여도 의인이 될 수는 없을 게다. 하느님 없이 스스로 의롭게 할 수 있는 이는 정녕 없기에.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18,14)’

 

많이 가지면 자랑하고 드러내고 싶으리라. 자리가 높으면 인정받고 싶어 하리라. 그게 본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자랑에 앞서 먼저 감사에서 우러나오는 겸손을 가르치신다. 세리의 겸손에 비해 바리사이의 넋두리는 속 좁다. 세리는 자신을 알고 죄와 연관된 삶을 사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주고 있다. 그러기에 그의 기도는 주님의 자비를 청하는 한마디뿐이다. 자신을 낮추었기에 은총을 받을 수 있었다.


기도하고 회개하면 반드시 들어주신다는 것, 그래서 열심히 기도한다는 것, 일견 올바른 신앙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하느님 자비의 여지가 없을뿐더러 하느님의 자유도 들어설 리가 없다. 그렇게 되면 구원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 아닌, 나에게서 오는 것이리라. 스스로 구원을 받을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하면 하느님을 향하리라.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있는 에 대한 내용이다. 두 여인이 현자에게 가르침을 받으러 왔다나. 그 중 한 여인은 자신을 큰 죄인이라 여겼고, 또 한 여인은 한평생 율법을 지키며 이렇다 할 죄를 짓지 않았단다. 현자는 첫 번째 여인에게 울타리 밖에 나가 당신이 들 수 있는 큰 돌을 하나 찾아 가지고 오시오.”라고 하고, 다른 여인에게는 가능한 작은 돌을 많이 가져오시오.”라고 말했다.

 

다시 현자는 그들이 가져 온 돌을 제자리에 놓으라고 일렀다. 첫 번째 여인은 돌이 있었던 곳을 금방 찾아 제자리에 두었지만 다른 여인은 도무지 어디서 주웠는지 생각이 없어 그냥 돌아왔다. 현자는 말했다. “저 여인은 돌을 주운 곳을 기억하였기에 그 큰 무거운 돌을 제자리에 둘 수 있었고, 그대는 어디서 그리 많은 작은 돌을 주웠는지를 정녕 기억을 못했기에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이오. 죄도 마찬가지지요.”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이 자유로워지고, 하느님께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데 필요한 것은 기도다. 이는 하느님을 향해 우리 마음을 여는 것으로, 그분의 은총이 우리에게 들어오게 하는 통로이니까. 이렇게 하느님께서 초대하시는 자신과 소박하고 격의 없는 소통에 겸손하게 열린 마음으로 응답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애절한 기도는 주님도 기억하신다. 우리가 잊더라도 때가 되면 들어주신다. 여겨 달라는 한마디 말만으로도 은총을 받을 게다. 필요한 말은 많지 않다. 오히려 남을 속이거나 변명과 자랑이 필요할 때에 말을 많이 한다. 기도는 그러한 행위가 아닐 게다. 자신의 덕을 쌓지 못하고 과장된 포장만을 드러내는 죄인으로 살기보다 겸손하게 자신의 죄에 대한 용서를 청하는 기도를 드리자. 하느님은 남모르게 이루어지는 선행에 대해서도 티끌하나 버리지 않고 알아보신다. 그분은 자신이 실천한 선행과 덕을 자랑하는 의인보다 겸손하게 용서를 청하는 죄인을 더 기쁘게 받아 주신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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