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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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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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hunter14] 쪽지 캡슐

2017-11-21 ㅣ No.91113

 

<행복했던 시간>

 

 

평범한 연인들처럼
팝콘을 나누어 먹으며 영화를 보고
고속버스의 호젓함과 기차의 떠들썩함을 즐기며 ...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쓸쓸함의 석양을 본다던
어린왕자의 흉내도 내보고
언젠가 없어질 거라던 협궤열차도 타며
이 기분 그대로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약속도 했습니다.

 

 

우린 참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고양이 세수를 한다는 얘기에
얼굴을 찌푸리며 나무라기도 했고
피곤하다며 씻지도 않고 잠든다는 말에
여자도 아니라며 웃음을 참지 못했던 적도 있습니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하고 싶었던 일이 더 많았습니다.

 

 

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 낀 채
안장이 두개인 자전거를 같이 타고 싶었고
지난밤 술이 덜깬 당신을 위해 해장국을 끓이며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먹었냐는
투정도 하고 싶었습니다.

여름이면 부채질을 해주고 싶었고
늦저녁부터 눈이 온 겨울날이면
당신을 위해 대문 앞 골목을 쓸고 싶었습니다.

 

 

가장 아끼는 옷을 입고
시장어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사진관 주인은 어쩌면 참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
우리 사진을 진열장에 전시 할 지도 모르죠.

토라지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고 몇 번씩 헤어지기도 하면서
사랑을 튼튼하게 키워가는 상상도 했습니다.

 

 

당신과 하고 싶었던 일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쉽지 않습니다.

그 시간은 내가 지내왔던 많은 날 중에서
가장 행복했고 소중했던 시간 이였으니까요.

그래서 생각만으로도 웃음 지어지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떨려오는
아름다운 시간이었으니까요.

 

 

- 예전에 내카페에 올렸던글 중에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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