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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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아 사죄를 하는 모습을 보며 드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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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연 [fisherpeter] 쪽지 캡슐

2019-12-07 ㅣ No.134375

 

노태우 대통령의 아들 노재현씨가 광주를 찾아서 자신의 아버지가 역사 앞에 저지른 죄에 대해 진심어린 사죄를 하는 모습에 그당시 많은 피해자들의 가슴속에 맺힌 한이 다 없어지겠습니까만은 아버지를 대신해 사죄를 하니 그분들의 마음에 어느덧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이 따스한 봄볕 아래에 서서히 녹는  눈처럼 엉어리가 조금씩 풀려지는 느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아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 하면서 용서를 하고 싶다는 광주 시민들의 정서와 마음을 보니 이것 또한 참으로 아픈 역사의 한 단면이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죄에 대해 물론 자신이 비록 저지른 죄는 아니지만 아비를 대신해 사죄를 하는 모습에 그분들의 닫혀진 한 맺힌 마음을 여는 모습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이걸 보면서 느낍니다. 사람도 이렇게 자기 가슴에 원한을 맺히게 한 사람이 진심으로 통회하고 뉘우치며 용서를 구했을 때 용서를 하려고 하는데 하물며 인간과 비교할 수도 없는 지존하신 하느님께서는 이와 비할 바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 보다시피 이런 것도 용서를 청하는 사람의 그 마음속에 진정성이 느껴져야 조금이라도 용서를 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는 거지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지 않는 참회의 모습일 때는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일지 않을 것입니다.

 

왜 그들이 역사 앞에 용서를 구하는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나름 추측해봅니다.

 

사람은 양심이 있습니다. 자신이 역사 앞에 저지른 만행을 자신의 양심은 알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 속에 제대로 된 양심이 있다면 하늘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이 하늘은 신앙을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사실 근원적으로 따져들어가면 맞는 말입니다. 사람이라고 하면 누구나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본성 속에는 우리가 하느님을 향하는 근본 속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가톨릭 교리가 천명하고 있습니다.


중국에도 유사한 고사가 있지만 퇴계 이황에게 누군가가 뇌물을 주면서 아무도 모른다고 하니 퇴계 선생이 하는 말을 보면 하나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자네가 알고 내가 알고 하늘이 아네 하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 말을 찬찬히 들여다 보게 되면 어떤 생각이 나시는지요. 설사 자네와 나 둘만 서로 앎세 하며 한다고 하더라도 하늘을 어찌 속일 수 있겠는가 하는 이런 뜻의 뉘앙스를 느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당시는 유교사관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들이 보는 하늘은 어쩌면 자연계의 하늘이겠지만 그 본성 내면에는 바로 그들이 모르는 그 어떤 절대자를 두려워 하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바로 저는 그게 인간의 본성에 근본적으로 내재하는 하느님의 씨와 같은 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노태우 대통령의 가슴속에 늦게나마 이런 게 작용해 역사 앞에 참회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그렇습니다. 이를 보며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우리 인간의 삶이 아주 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여도 지나고 나면 그 흐르는 세월이 황망하게 지나가는 걸 누구나 느낄 것입니다. 이렇게 덧없이 지나가는 세월을 사는 존재가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한 세상 살면서 그렇게 아웅다웅하며 살 만큼 긴 인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한 번밖에 없는 자신의 삶을 아무런 의미없이 그냥 세월을 보내는 삶을 살지 않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이런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살면서 좀 더 남을 위해 봉사하고 더 아름답게 인생을 살았을 텐데 하고 아쉬움을 가질 만한 교훈을 주는 듯합니다. 그래서 성경은 어떤 사실과 교훈도 미리 깨닫는 것도 복이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한편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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