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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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살냄새를 맡는 아들 (어머니 병간호 때 하느님께 눈물로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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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연 [fisherpeter] 쪽지 캡슐

2019-01-21 ㅣ No.126968

 

 

 

하느님, 엄마라는 말은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 중에서 가장 숭고한 말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뇌출혈로 쓰러지신 어머니를 돌보면서 자연스럽게 엄마라는 말을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사람도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은 열 달 동안 어머니의 태속에 있다가 열 달을 채운 뒤에는 하늘이 맺어준 천륜을 뒤로하고 육신의 연줄인 탯줄을 끊고 아기집에서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탯줄은 끊을지언정 어찌 하늘이 맺어준 엄마와 아들의 천륜을 끊을 수 있겠는지요? 엄마라는 존재는 엄마의 보살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어린 생명을 위해 모성애로써 어머니의 골수에서 얻어진 생명과도 같은 피로 만들어진 젖을 물려 당신 생명의 진액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값없이 주시는 존재입니다. 세상에 나와서도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주시며 끊임없이 자신을 희생하십니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닷물을 먹물로 삼아 적는다고 해도 하해 같은 그 은혜는 다 적을 수 없을 겁니다.

 

인간의 생로병사가 다 자연의 섭리이고 이치이지만 흐르는 세월에 연로해져가는 노모를 바라보는 아들의 마음은 노모의 이마에 주름살이 늘어날 때마다 가뭄에 비쩍 말라버린 논바닥이 갈라진 것처럼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는 게 나약한 인간의 육신을 입고 있는 한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병환으로 몸져누워 계신 노모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작아집니다. 그렇기에 이 아들은 엄마와의 작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는 두려운 마음이 들어 살아 계실 때 아니면 할 수 없기에 간호하는 틈틈이 엄마와 얼굴을 서로 부비면서 엄마 살 냄새를 맡아 봅니다. 다음에 이 세상에서 엄마와 이별을 한 후 엄마가 몹시 그립고 생각이 나면 그때 엄마에 대한 그리운 향수를 떠올려 엄마의 살 냄새를 기억하려고 하였던 겁니다.

 

세상 말에 아버지는 돌아가시면 산천에 묻지만 어머니는 산천 외 또 다른 한 군데 더 묻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자식의 가슴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엄마와 자식의 관계가 각별한 건 무엇 때문일까요? 추측하건데 그건 엄마가 열 달 동안 뱃속에 품어 배 아파 낳아 주신 은혜를 평생 가슴 속에 묻어 고이 간직하고 잊지 말라는 숨은 뜻이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일 년 남짓 정말 예수님과 성모님께 눈물과 탄식으로 어머니의 병세가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기도도 많이 하고 애원도 해봤지만 이젠 심신이 지쳐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어 때론 눈물도 흘러내리지만 하느님의 뜻에 모든 걸 맡기려고 노력합니다.

 

하느님, 만약 지금 제 어미의 병고가 천국 가는 데 필요한 보속의 십자가라면 자신의 십자가는 자신이 지라고 말씀하셨지만 하느님께서도 죄 많은 죄인들을 사랑하시어 그토록 아끼시는 외아들을 골고타 언덕 위 십자가에서 속죄 제물이 되게 하신 것처럼 이 아들도 제 육신의 어머니를 사랑하기에, 어머니가 받고 있는 병고의 십자가도 천국에 갈 수 있는 보속의 십자가라면 그 보속의 십자가의 멍에마저도 제 십자가로 여겨 하느님께 봉헌해드려, 어머니 자신이 보속해야 할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 수만 있다면 이 아들은 그 어떤 고통의 십자가일지라도 달게 지겠습니다. 하느님, 이 아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지 말아 주시옵기를 청하면서 일주일 전에 받으신 병자성사의 은총으로 하느님 나라에 제 어미가 갈 때 당신의 한없는 자비로 품어주신다면 이 아들은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부디 이 아들이 하느님께 애절하게 부르짖는 마음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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