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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품없는 악기라도 누가 연주하느냐에 달렸다 - 윤경재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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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재 [whatayun] 쪽지 캡슐

2017-03-14 ㅣ No.110720

 

볼품없는 악기라도 누가 연주하느냐에 달렸다

 

- 윤경재 요셉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마태23,8~12)

 

 

 

런던의 템스 강변에 많은 사람이 나와서 산책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쪽 귀퉁이에 거지 노인이 다 낡아빠진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를 하며 구걸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낡아빠진 바이올린에서 나오는 음악소리가 신통치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거지노인이 벗어놓은 모자에 동전을 던져주는 사람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웬 낯선 외국인 한 사람이 그 곁을 지나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거지노인이 열심히 연주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거지노인은 다 떨어진 외투를 입고 신발도 떨어져서 너덜너덜했습니다. 심지어 머리도 제대로 감지 않아, 덥수룩한 상태로 보기에도 처량해 보였습니다. 외국인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측은한 마음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갑자기 빈 몸으로 산책을 나오느라 지금 제 수중에 준비한 돈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도 바이올린을 좀 다룰 줄 아는데, 제가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잠시 몇 곡 연주해 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거지 노인은 잠시 쉬기로 마음을 먹고 그 낯선 외국인에게 낡은 바이올린을 건네주었습니다. 외국인은 그것을 손에 쥐고서 천천히 활을 당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낡은 바이올린에서 놀랍도록 신기한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왔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사람 두 사람씩 걸음을 멈춰 섰습니다. 그 외국인이 연주하는 음악에 금세 매료되었습니다. 한 곡이 끝나자 사람들은 박수를 쳤습니다. 두 곡이 끝난 후에는 몇몇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습니다. 점점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습니다.

 

거지노인은 자기가 벗어놓은 모자를 들고 사람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모두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노인의 모자에 넣었습니다. 순식간에 돈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그것도 한 푼 두 푼 던져주는 동전이 아니라 돈의 단위가 컸습니다. 모두가 지갑을 열고 지폐를 꺼내서 모자에 넣었던 것입니다.

 

갑자기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경찰관이 놀라서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경찰관마저도 다 낡아빠진 바이올린에서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이 울려 퍼지자 매료되어 물끄러미 바라보며 감상하다가 자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거지노인의 모자에 넣어 주었습니다.

 

잠시 후 연주가 끝났습니다. 그곳에 모여 있던 모든 사람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그곳에 서 있던 사람 가운데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저 사람은 파가니니이다. 그 유명한 파가니니!”

 

이탈리아의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는 바이올린의 귀재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바이올린의 마술사라고도 하는 세계적인 바이올린의 명연주가입니다. 그가 런던에 연주차 와서 호텔에 머물렀을 때 잠시 짬을 내어 템스 강변을 산책하러 나왔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불쌍한 거지노인이 바이올린을 힘겹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측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위해서 대신 몇 곡을 연주해 주었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지금의 우리는 망가지고 볼품없는 악기입니다. 아무리 수고롭게 연주하여도 와서 보는 이가 드문 형편입니다. 감동을 전달하기는커녕 날선 소음만 가득합니다.

 

그러나 악기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이에게 맡기면 볼품없는 악기에서도 놀랍게 감동적인 선율이 울려 퍼져 나옵니다. 이웃에게 평화와 쉼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깨지고 굴곡진 삶일망정 누구의 손에 연주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악기 탓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참으로 명연주자이고 참된 스승이신 예수께 맡겨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이웃에게 아름다운 곡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감동과 평화, 참된 쉼을 줄 수 있게 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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