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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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누가 제 이웃입니까"_ 파주 올리베따노 이영근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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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숙 [moon6388] 쪽지 캡슐

2017-10-09 ㅣ No.115308

루카 10,25-37(연중 27 )

 

 

드높고 푸른 가을 하늘입니다묘한 것은 우리의 마음이 맑아지면 드높아진 만큼 낮아집니다안도현 시인의 가을 엽서가 떠오릅니다.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는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이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오늘

<복음>인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저는 초라해진 저의 모습을 봅니다왜냐하면지금도 여전히 저 주변에도초주검을 당해 쓰러진 이들이 여기 저기 웅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그들을 볼 때마다 마치 그들과는 반대방향의 열차에 앉아그들을 다루고 있는 신문쪽지를 바라보며 혀나 끌끌 차고 있는 저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마치 오늘 <복음>에 나오는 사제와 레위처럼길을 피해 달아나는 저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그런가하면낯선 이를 여관으로 옮겨가며 돌보아준 사마리아인의 용기와 사랑 앞에부러우면서도 자신이 비참해지고 그지없이 부끄럽고 그저 숙연해집니다말없는 그의 헌신과뒷날까지 챙겨주면서도 고요히 떠나는 그이가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오늘 <복음>은 어떤 율법교사와 예수님과의 두 번의 대화로 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대화>에서율법교사는 예수님께 묻습니다.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습니까?”(루카 10,25)

 

이 질문 뒤에는 율법교사의 편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곧 그는 무엇인가를 해야’ 구원을 받으리라 여기고 있다마치 스스로의 행실로 구원을 얻으리라고 여기고 있다그러나 구원은 무엇을 하느냐?’는 행위의 문제라기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느냐?’는 존재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묻기 전에오히려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존재임을 깨닫고주님의 은혜를 간구해야 할 일입니다구원이 자신의 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하느님께 있다는 사실그리고 자신은 그분께 메여있는 존재임을 받아들여야 할 일입니다.

오늘 우리 역시,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에 먼저 응답해야 할 일입니다그러기에어떤 소임을 맡느냐가 중요하기보다,어떤 사람으로서 그 소임을 수행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두 번째 대화>에서율법교사는 예수님께 묻습니다.

누가 제 이웃입니까?”(10,29)

 

이 질문 뒤에도 역시 그의 옹졸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그는 누구를 사랑하며 누구를 사랑하지 말아야 하는지사랑의 대상에 한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아마도 그의 사랑의 대상에는 사마리아인이나 이방인은 제외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반문하십니다.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느냐?”(10,36)

 

예수님께서는 누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가대답하기보다오히려 모든 이웃이 사랑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하십니다사실,우리 모두는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입니다그러기에 모두에게 이웃이 되어야 할 일입니다나아가서 우리는 단지 이웃이 아니라 형제임을 알아야 할 일입니다.

오늘 우리 역시, ‘누가 나의 이웃인가라는 문제보다, ‘나는 이웃이 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먼저 응답해야 할 일입니다그가 나의 형제인가 묻기에 앞서 나는 그의 형제인가물어야 할 일입니다곧 내가 필요로 여기는 사람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나를 필요로 여기는 사람을 우선해야 할 일입니다.

사실오늘 <복음>의 핵심 메시지는 <첫 번째>와 <두 번째대화의 마지막 구절에 있습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그러면 네가 살 것이다.”(루카 10,28, 10,37)

 

이 말씀은 아는 것에 멈추지 말고,행동으로 실행하라는 요청입니다.말로만 하지 말고 몸으로 하라는 말씀이요의무적으로나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자발적으로 사랑으로 하라는 말씀입니다.

이는 우리에게는 이미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을 주셨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그러기에우리가 그것을 알 때가 아니라그렇게 할 때 우리는 살게 될 것입니다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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