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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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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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05-16 ㅣ No.112051

사람의 마음은 온 우주를 품을 것처럼 넓다가, 바늘 하나 꽃을 수 없을 만큼 좁기도 하다고 합니다. 기도를 많이 한 사람, 수행을 많이 한 사람, 덕을 많이 쌓은 사람의 마음은 깊은 바다와 같고, 높은 산과 같을 것입니다. 성공과 출세에 눈이 먼 사람, 욕심과 욕망이 가득한 사람, 물질과 재물에 갇힌 사람의 마음은 털끝 하나 받아 줄 수 없을 것입니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나는 사람, 제가 자주 가는 곳, 저의 관심사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 되던 가계부의 입력이 되지 않았습니다. 5년 동안 사용해서인지 용량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습니다. 조금 기다리고, 컴퓨터를 잘 아는 직원들에게 부탁을 하면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급한 성격 때문인지 마음에 파문이 일었습니다.

 

운전할 때도 그렇습니다. 조금 서둘러서 출발하면 여유 있게 운전할 수 있습니다. 조금 늦게 출발하면 그때부터 마음이 바빠집니다. 빨간불은 유난히 길게 느껴지고, 파란불은 금세 빨간불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급하게 차선 변경을 하고, 비상등을 켜고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합니다. 차 안에서 음악도 듣고, 묵주기도를 하고, 하늘의 구름도 보고, 빨리 가려고 하는 차에게 양보하면서 갈 수도 있습니다. 예상 시간보다 30분만 일찍 출발하면 누릴 수 있는 기쁨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평화를 이야기하십니다.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른 평화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오랜 경험으로 익숙해진 편안함을 이야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나의 자리가 보장되고, 수고의 열매를 받아먹는 안전을 이야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비워내고, 하느님의 것을 채우는 평화를 이야기하셨습니다. 편안하고 익숙해진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고 또 다시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을 감수하는 평화를 이야기하셨습니다. 同床異夢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입니다. 제자들이 생각했던 평화는 , 명예, 권력, 성공, 출세와 같은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유다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제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가 타볼 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주님 이곳에 초막 3개를 만들어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그렇게 지내는 것이 행복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지내는 것이 평화로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다른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세상에 내려가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고난을 겪고,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참된 행복과 평화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경치 좋은 곳에서 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벗을 위해서 목숨까지도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나의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었습니다.

 

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알았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것들을 비워내는 평화를 알았습니다. 친숙하고 편안한 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양보하고 새로운 곳을 향해 나가는 그런 평화를 알았습니다. 세상의 평화는 익숙하고, 편안하고, 안정적인 것이며 풍요로운 것입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무엇일까요? 자기를 비우고, 겸손하며, 기꺼이 삶의 거름이 되는 것을 감수하는 평화입니다.

 

기도를 하고, 덕을 쌓으려고 하지만 분명 저의 마음은 작은 일 때문에, 급한 성격 때문에 평화롭지 못할 것입니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은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감사드립니다. 주님께서는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사랑을 주셨고, 길을 알려 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도 이야기하였습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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