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화)
(백) 부활 제3주간 화요일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모세가 아니라 내 아버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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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같던 인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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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4-08 ㅣ No.4725

4월 9일 사순 제5주간 수요일-요한 8장 31-42절

 

"너희가 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너희는 참으로 나의 제자이다. 그러면 너희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꽃잎 같던 인연들>

 

수천 개 의 연분홍 꽃잎들이 속절없이 흩어져 날리는 오후, 약간은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제가 지난 세월 만났던 꽃잎 같던 아이들, 제 인생의 꽃잎 같던 인연들을 떠올립니다.

 

굵은 알토란 같이 잘 자란 아이들, 아직도 제 정신 못 차리고 방황하는 아이들, 저절로 미소가 떠올려지는 아이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픈 아이들...다들 꽃잎처럼 안타깝고 꽃잎처럼 아름다운 인연들이었습니다.

 

아직도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픈 장면입니다. 늦가을 장대비가 퍼붓는 저녁 무렵 우산도 없이 온몸으로 비를 철철 맞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가던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규칙적인 시간표에 따라 어느 정도 통제된 이곳에서의 생활이 무척이나 힘겨웠던가 봅니다.

 

틀을 벗어나기 위한 아이들의 몸부림, 자유를 갈구하는 아이들의 절규는 눈물겨울 때가 많습니다. 틈만 나면 "개구멍이 어디 있나?" 눈동자가 반짝이고, 틈만 나면 "방심의 순간"을 노립니다.

 

그 길이 "자유의 길" "자유의 몸이 되는 해방의 순간"으로 여기지만 사흘도 지나지 않아 그 길이 가서는 안 되는 길,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길, 죽음의 길이라는 것을 자각하지요.

 

저 역시 한때 나름대로 "자유로움"을 찾아 많이도 헤매 다녔고, 자유를 찾아 별 짓을 다해봤지만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바로 이거야!" 라고 외치며 드디어 자유를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한 몇 일 지나지 않아 즉시 그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곤 했습니다. 그 순간은 진정 자유로운 상태가 아니라 지극히 이기적인 욕구의 충족을 위한 잠시 지나가는 일탈상태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십니다. 진정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그 길은 이 지긋지긋한 연옥 같은 일상을 탈출하는 길이 결코 아닙니다. 그 길은 으슥한 곳에 나 있는 개구멍을 통과해서 도망가는 길도 아닙니다. 월담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진정한 자유의 길은 역설적이게도 우리 자신을 온전히 묶어두는 일입니다. 우리 자신의 의지를 하느님께 온전히 묶어두는 일이지요. 온전히 종속된 예수님 제자로서의 삶을 사는 일입니다. 그 길은 말씀 안에 사는 길, 복음에 따라 사는 길, 복음의 포로가 되는 길입니다.

 

"틀 안에 들어가서 틀을 깨고 나온다"는 한 선승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규칙, 회칙, 일정표, 관습, 율법, 복음서...참으로 부담스런 단어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그런 틀들을 집어던질 것이 아니라 더욱 그 틀 안으로 들어가야만 합니다.

 

그 틀 한가운데 들어가서 그 틀을 온전히 살고 그 틀의 핵심과 본질을 파악하게 되는 그 순간 그 틀은 더 이상 속박이 아니라 우리를 성장시키는 은총이며, 거듭남의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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