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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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 불경을 딱 한 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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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9-16 ㅣ No.5502

9월 17일 연중 제24주간 수요일-루가 7장 31-36절

 

"우리가 피리를 불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았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성서와 불경을 딱 한 줄로>

 

어느 날, 강가를 걷고 있던 까까마리 고등학생인 나에게 스님께서 불쑥 물었습니다. "니, 성경과 불경을 딱 한 줄로 줄일 수 있겠나?" "헛 참, 그걸 알면 내가 미쳤다고 스님을 졸졸 따라다니겠습니까?" 한참 뜸을 들이시던 스님께서 정답을 말씀하셨습니다.

 

"다-지나가노니, 헛되고 헛되도다!"

 

존경하는 이산하 시인이 쓴 산사기행 "적멸보궁 가는 길"이란 책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요 며칠 세상 돌아가는 걸 눈여겨보며 문득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남은 날도 섣불리 기약할 수 없다는 사실, 안심하고 지낼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이번 수재로 인해 크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이런 저런 사연들을 들으면서 "참으로 인간이란 존재는 이렇게도 나약한 존재구나" "죽기살기로 기를 쓰고 살아가지만 정말 한 순간이구나" 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한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힘든 일은 숟가락을 들어올리는 일입니다. 시인의 표현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고통스런 일은 "숟가락을 밥그릇에서 입으로 가져가는 일"입니다.

 

죽음과도 같은 시련이나 고통 앞에서 취하는 행동들은 각양각색입니다.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며 자포자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 지혜로운 사람도 있습니다.

 

일단 벌어진 사태의 추이를 정확히 파악합니다. "사건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지?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차분히 연구를 시작합니다.

 

상황의 극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인간적인 노력도 다 하지만, 결국 최종적인 해결책은 바로 하느님께서 지니고 있다는 것도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이번 태풍 때 모든 것은 한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전문가들은 거의 정확하게 태풍의 진로를 파악했었고, 상당히 설득력 있는 대비책도 강구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인간의 보편적인 룰이나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이 순식간에 벌어진 것입니다.

 

하늘 아래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는 반드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순간에 희생당하신 모든 분들이 이제 주님의 품안에서 주님께서 주시는 충만한 위로를 받으며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살아남은 우리들은 보다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예견되는 모든 조짐들, 예표들에 우리의 오관을 집중시켜야 하겠습니다.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가슴 아픈 사건들은 주님으로부터 다가오는 경고의 신호로 받아들여야겠습니다. 빨리 정돈된 생활로 돌아오라는 주님의 음성, 다시금 그릇된 길을 접고 새출발하라는 주님의 외침을 이번 사건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분위기를 띄웠음에도 불구하고 냉랭한 사람들, 마치 소 닭 보듯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혀 반응이 없습니다. 그럴 때 얼마나 괴로운지 모릅니다.

 

오늘도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이제 그만 좀 알아들어라" "깨어나거라" "내 말 좀 귀담아 들어보라"고 외치고 계시건만, 그저 묵묵부답인 우리는 아닌지 반성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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