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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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신부님의 매일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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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hunter14] 쪽지 캡슐

2018-02-06 ㅣ No.118102

 

 

영혼의 담긴 율법의 준수

 

 

청춘은 물론 목숨까지 바쳐 제주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겼던 김영갑 사진가께서 고달팠던 젊은 시절을 이렇게 추억했습니다.

 

 

섬에는 어느 마을을 가나 외로운 노인들이 많기에 가는 곳 마다 내 잠자리가 있었다. 언제 찾아가도 반겨주는 노인들의 말동무가 되어주면 끼니는 해결되었다. 외로운 노인들의 넋두리를 들으며 중간 중간 추임새를 넣어주면 신이 나서 좋아했다.”

 

 

저도 그런 체험을 자주 합니다. 누군가의 말을 잘 경청해주는 것도 아주 좋은 사목활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성의없이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정성을 다해 상대방의 아픈 사연과 지난 상처를 경청할 때, 그 경청은 그 자체로 치유와 위로의 힘을 지니게 됩니다.

 

 

가끔씩 마음과 정성이 담긴 리액션은 금상첨화입니다. “, 그러셨군요?” “저런 저런!” “얼마나 힘드셨어요?” 그런데 많은 경우 우리는 건성 건성 듣습니다. 영혼이 없는 리액션으로 상대방의 맥을 빠지게 만듭니다. 그로 인해 말하는 사람은 실망에 빠지게 되고, 말문을 닫고 맙니다.

 

 

따지고 보니 마음과 영혼이 깃든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릅니다. 상대방을 향한 진심어린 걱정과 배려가 담긴 경청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릅니다.

 

 

율법의 준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율법의 정신이나 핵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뒷전이고, 그저 오랜 세월 내려오는 전통을 고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실행하고 있는 피상적인 율법의 준수는 참다운 봉헌이 될 수 없습니다.

 

 

율법의 제정자이신 주님을 향한 사랑, 율법의 핵심인 이웃 사랑을 실천할 마음이 조금도 없으면서, 율법의 세부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따지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향한 주님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마르코 복음 76~8)

 

 

주님께서 수많은 율법 조항을 아주 간략히 요약해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사랑의 계명을 기쁜 마음으로,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자세로, 혼신의 힘을 다해, 오로지 주님께 영광을 드리기 위해 충실히 실천하는 오늘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깊숙이 숨겨 놓은 내적 지향을 꿰뚫어 보십니다.”(로마의 클레멘스)

 

 

성경에서 말하는 공경이란 인사 잘하고 경의를 표하는 일뿐 아니라, 자선과 선물의 봉헌을 가르킵니다.”(존자·尊者 베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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