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삶에 대한 감사

스크랩 인쇄

황금숙 [charity9] 쪽지 캡슐

2017-02-25 ㅣ No.89479

     삶에 대한 감사         

                                                                                                         황 리드비나

2017년을 맞으며 또다시 새로운 날들을 지나고 있음을 감사한다.

열심히 살고자 했고, 협조자들 덕분에 감사한 시간들을 이룰 수 있었던 지난 시간들...

그리고 참으로 많은, 따뜻한 분들을 만났다. 그래서 내 마음이 위축되지 않고 따뜻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문득 떠오른 한 얼굴.

가까운 병원에 갔는데 그곳은 엘리베이터가 세 군데이긴 하나, 잘 모르고 탔다가는 버튼 누르는 게 높이 있어 손이 닿지 않아 어쩌다 혼자 탔다가는 쩔쩔매고, 가방에 볼펜이라도 꺼내 낑낑대야하고 (나중엔 비상시에 쓰려고 나무젓가락을 가지고 다닌다) 생각해보니 많은 엘리베이터가 좀 불편하다. 그런 점에서.

그래서 가능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렸다가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타야 버튼 위치가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도 옆의 엘리베이터 다 놔두고 멀리 올라 간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병원에 근무하는 어떤 아가씨가 ‘엘리베이터가 왔다고 타시라’고 일러주는 것이었다. 사양하긴 미안해서 같이 타면서 간단히 내 애로점을 말하니 5층에 내린다던 그녀가 나하고 같이 6층에 내려 버튼을 눌러주며 한 층을 걸어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해맑게, 예쁘게 웃으며 가는 것이었다. 아주 한 순간에 이루어진, 고마운 감동의 순간이었다. 곁에 계신 하느님 축복의 손길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그 뒤로도 가끔 그녀를 보았지만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었다.

 

마장동에 있는 보장구 클린센터를 다녀온 적이 있다. 오다가 찻길을 피해 청계천 뚝방길로 해서 집에 오는데 어느 지점에 오니 길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보였다. 아마도 차량이용을 막는 것 같았는데 내 작은 휠체어도 지나가지 못할 것같이 떡하니 가로막아 있었다. 다시 돌아가야 하나 낙심하다가 살펴보니, 옆으로 자전거는 지나갈만한 공간이 보여서 아슬아슬, 겨우 빠져나오는데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아저씨가 걱정스레 보다가 안심하는 표정이더니 불쑥“힘들지 않으세요?”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었다. ‘무얼? 사는 게?’

아무도 없고 대화를 나눌 분위기도 아니어서...“어떻게요? 그냥 사는 거지요.”라고 웃으며 말하면서 지나쳐왔다. 어떤 뜻으로,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물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네, 힘들어요.” 아니면 “억지로 살아요.” 그렇게 말할 순 없지 않나!

돌아와서도 그 질문 한마디가 오래 화두가 되어 내 마음에 남았다.

“힘들지 않으세요? ” 거기에 내 진정한 대답은? 무엇이어야 할까?

때론 하루살이의 심정으로 살 때가 있지만 내 옆엔 하느님이 계신다. 힘들어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기도해야 모르는 때도, 또 어떤 날은 너무 즐거워 감사를 드릴 때도 그분은 내 곁에서 힘이 되어주신다.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드려요.”라고 시작되는 메르세데스 소사(1935-2009)의 ‘삶에 대한 감사’ 라는 노랫말을 공감하며 나도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드린다.



1,273 1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