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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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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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09-20 ㅣ No.123592

연수원 뒤에는 정물오름이 있습니다. 40분이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나면 가곤 합니다.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름다운 건물들이 있습니다. 연수원, 젊음의 집, 요양병원, 수도원, 성당,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 동산이 있습니다. 넓은 땅에 있는 건물은 모두 가톨릭교회와 함께하는 것들입니다. 연수원 주변이 신앙의 공동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한 사람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주도를 사랑하고, 제주도의 사람을 사랑했던 임피제 신부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신부님은 멀리 아일랜드에서 한국의 제주도로 오셨습니다. 전쟁이 끝난 한국, 4.3의 아픔이 있었던 제주도는 가난했습니다. 신부님은 가난한 제주도에 신앙을 전했고, 사람들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신부님은 돼지를 키울 수 있도록 했고, 양을 키울 수 있도록 했고, 마을 사람들에게 땅과 돼지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이렇게 큰 목장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하느님의 사랑은 배를 통해서 드러났습니다. 외국의 큰 배가 표류해서 제주도로 왔고, 신부님은 배의 선장과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의 도움을 받았던 선장은 신부님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하였고, 신부님은 성당을 신축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마침 배에는 목재들이 있었고, 선장은 목재를 주었습니다. 신부님은 선장의 도움으로 아름다운 성당을 신축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하느님의 사랑은 비행기를 통해서 드러났습니다. 신부님이 서울로 가려고 하는 어느 날, 비행기가 마을에 불시착 했습니다. 신부님은 비행기를 따라갔고, 비행사와 대화를 하였습니다. 비행기를 정비한 비행사는 미군이었습니다. 신부님의 도움을 받았던 비행사는 신부님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하였고, 신부님은 서울까지 태워 달라고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서울까지 가는데 배로 12시간, 목포에서 기차로 12시간 걸렸다고 합니다.

 

비행사는 군산에 잠시 내려서 일을 보았고, 그 시간에 신부님은 성당에서 기도하였다고 합니다. 마침 성당으로 미군이 들어왔고, 미군과 대화를 하면서 신부님은 제주도의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미국의 구호물품을 나누어 주었던 미군은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고 구호물품과 돈을 보내 주었습니다. 신부님은 미군의 도움으로 땅을 살 수 있었고, 돼지와 양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신부님의 헌신과 노력으로 오늘날 신앙 공동체가 될 수 있는 열매를 맺었습니다. 지난 4월 임피제 신부님은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그러나 신부님의 헌신과 노력은 신부님을 알고, 신부님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의 가슴에 늘 함께 있을 것입니다.

 

순교자 성월을 맞이해서 많은 분들이 성지순례를 다니고 있습니다. 교회는 순교자들의 무덤, 순교자들이 죽임을 당한 곳, 순교자들이 살았던 곳을 성지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피와 땀은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분들은 천상에서 영원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분들은 신앙의 별이 되어서 우리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순교자들을 위해서 성지를 조성하는 것은 후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억울하게 죽은 것 같지만 그분들의 순교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런 성지를 통해서 우리들의 믿음을 더 굳게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지를 조성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들이 순교의 삶, 나눔의 삶, 희생의 삶,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 8장에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누가 감히 우리를 그리스도와의 사랑에서 떼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혹 위험이나 칼입니까?” 사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환난, 역경, 박해, 굶주림, 헐벗음, 위험, 칼 때문에 신앙을 지키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시련과 고통 죽음까지도 각오하는 결단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를 그리스도와의 사랑에서 떼어놓는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나의 욕심이, 나의 게으름이, 나의 자존심이, 나의 이기심이, 나의 교만이 그리스도와의 사랑에서 나 자신을 떼어놓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천국에서 순교자들이 보시면 참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너무 쉽게 보이곤 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순교자들처럼 목숨을 바쳐야 될 일은 별로 없습니다. 재산과 가족, 부와 명예를 포기하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순교자들이 지켜온 신앙을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책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의 봉사와 나눔, 우리의 사랑과 희생으로 순교자들의 신앙을 지켜나가야 하겠습니다. 순교자 대축일을 지내면서 예전에 읽었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밤하늘이 있기에 별들은 아름답습니다.”

이 세상은

별들이 많은

은하수 같은 것입니다.

별들이 많기에

밤하늘이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뒤에는

우주라는

어두운 하늘이 있습니다.

 

별들이 밤하늘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이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이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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