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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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승천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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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05-13 ㅣ No.120420

아이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은 어디일까요? 엄마의 태중에 있을 때입니다. 엄마의 태중에서 아이는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놀고 싶으면 놀 수 있습니다. 양수는 아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줍니다. 탯줄은 아이에게 먹을 것을 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때가 되면 아이는 또 다른 세상으로 나와야 합니다. 세상에 나온 아이는 중력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엄마와 연결된 탯줄을 끊고 스스로 숨을 쉬면서 홀로 서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신학생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은 신학교입니다. 같은 뜻을 가진 동료들이 있습니다. 신학을 배우면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양심성찰과 기도를 통해서 영적인 성장을 하게 됩니다. 돌아보면 제게도 신학교의 생활이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모판에 있는 벼는 때가 되면 논으로 나와야 하듯이 신학생들은 때가 되면 세상으로 나와야 합니다. 벼는 뜨거운 여름의 태양을 견디어내고, 험한 비바람을 견디어내야만 가을에 알찬 결실을 맺듯이, 세상으로 나온 사제들도 많은 유혹과 갈등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만을 믿으며 주어진 소명을 다한다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던 제자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것은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지내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표징을 보여주시고,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고, 주님께서 제자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시기 때문입니다. 이제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물고기를 주고, 빵을 나누어 주는 것 대신에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빵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제자들은 두렵고 떨리지만 성령의 도우심으로 홀로 설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표징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이웃을 위해서 십자가를 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홀로 섰던 제자들은 이스라엘이라는 모판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기적을 행하였고, 복음을 전하였고, 박해를 견디어냈고, 목숨까지 바쳤습니다. 복음은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로 전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교회의 역사입니다. 이것이 신앙의 신비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얻음에서 기쁨을 얻고, 현명한 사람은 버림에서 기쁨을 얻는다.” 저는 이 글을 고속도로의 화장실에서 읽었습니다. 화장실에 가는 사람은 좀 더 많이 버리기를 바랄 것입니다. 많이 비울수록 기쁨이 커지는 곳이 화장실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우리의 삶에서 더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많은 전쟁과 폭력은 더 얻으려는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소중한 생명을 죽이고, 애써 쌓아온 신뢰와 우정을 깨버렸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 (2티모 4, 7~8) 신앙인으로서 최선을 다하였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았음을 고백하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저는 사제로서, 신앙인으로서 바오로 사도처럼 이야길 할 수 있을지 물어봅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부끄러움이 가득한 삶입니다.

 

오늘은 예수 승천 대축일입니다. 비록 삶의 길이는 짧았지만 달릴 길을 다 달리신 예수님이십니다. 이어 달리기 선수처럼 이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새로운 사명을 맡겨 주십니다. 예수님의 수난, 부활 그리고 승천은 제자들에게는 추억 만들기입니다. 이제 예수님은 우리가 어떤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지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저 하늘만 바라보지 말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문하는 추억은 3가지입니다.

 

첫째는 복음을 선포하라는 것입니다. 분열과 갈등을 넘어, 시기와 질투를 넘어서, 두려움과 걱정을 넘어서 참된 기쁨을 선포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이 참된 기쁨과 평화를 주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복음의 기쁨을 추억으로 만들어 가라고 하십니다.

둘째는 마귀를 쫓아내라고 하십니다. 마귀는 집요하게 우리들의 영혼을 찾아옵니다. 때로는 달콤한 유혹으로 우리를 끌어당깁니다. ‘돈과 명예와 권력은 마귀가 자주 사용하는 미끼입니다. 마귀는 우리를 게으름으로 유혹하기도 하며, 탐욕과 욕정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우리의 힘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주님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셋째는 병자들을 고쳐주라고 합니다. 육신의 병은 치유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교만의 병에 걸린 사람, 분노의 병에 걸린 사람, 시기의 병에 걸린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용서하지 못하고, 영혼이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혼이 병든 사람들을 고쳐주는 것이 육신의 병을 고치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우리의 삶에는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과 고통이 있을 것입니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나 신념과 희망은 우리를 미래라는 항구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예수님의 승천이란 ‘KTX’를 타거나 아시아나를 타고 가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현재를 옹골차게 딛고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승천은 좌절과 두려움에서 희망과 신념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주님과 함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야하겠습니다. 나의 삶의 자리에서 변화된 삶을 시작하는 것이 바로 승천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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