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 3.12 주일/ 떠남과 만남의 계절에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스크랩 인쇄

이영숙 [20sook] 쪽지 캡슐

2017-03-11 ㅣ No.110672




가해 사순2주일 창세 12,1-4; 2티모 1,8-10; 마태 17,1-9(17.3.12)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1)











떠남과 만남의 계절에

 

사순절은 떠남과 되돌아감의 계절이요, 하느님의 산으로 오르고 내려오는 오르내림의 시절입니다. 그래서 사순절은 거룩한 순례의 때입니다. 사순절은 하느님을 향한 관상의 순례, 참 나를 찾아 나서는 회개의 순례와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 사랑의 순례의 때입니다. 그래서 은총의 시기이지요.

오늘 제1독서에서 아브라함은 ‘떠나라’는 주님의 말씀에 즉시 모든 것을 버리고 낯선 땅을 향하여 떠납니다. 인생의 본질은 떠나는 것입니다. 우리네 삶은 생명을 향하여, 하느님의 소리를 향하여 흘러갑니다.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이들이 가진 것, 있던 곳, 누리던 것으로부터 떠날 때 축복을 주실 것이라 약속하십니다.

왜 떠나야 할까요? 떠남은 새로운 만남을 초래합니다. 우리는 아브라함처럼 가족, 습관, 생각, 행동방식, 악, 악행, 폭력, 우상, 죄로부터 떠나도록 초대받습니다. 떠나 만나게 되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이요, 하느님이십니다. 이 떠남은 죄를 고백하는 동시에 하느님의 뜻을 거스른 모든 악으로부터 떠나는 것을 말합니다. 떠나는 까닭은 하느님의 뜻 안에 머물기 위해서이지요.

그런데 이 떠남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자신을 생존의 위험에 기꺼이 던지고, 미래의 안전마저 챙기지 않는 엄청난 모험인 까닭입니다. 안전에 대한 욕구, 소유에 대한 욕구,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욕구에 묶여 떠나지 못하고 주저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는 사람도 사물도 하느님도 내 이기적인 소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하고,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고 떠나야 합니다. 누구든 소유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때 하느님과 멀어지게 됩니다. 오늘날의 정치비리, 경제비리, 사회비리, 교회비리도 따지고 보면 다 그 근원적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참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멈추기 위해 이동하는 정착민이 아니라 이동하려고 잠시 멈추는 신앙의 유목민이 되어야겠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간의 흐름 속에 머무르지 말고, 다른 삶과 생각과 가치를 찾아 떠나야 합니다. 아브라함처럼 하느님께서 언제 어디서나 나를 지켜주시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 인생길에 동행해주시리라는 믿음을 지닐 때 우리는 나를 떠나 하느님을 향한 순례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순례자 아브라함이 만난 순례자이신 하느님께서는 예수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향한 사랑의 순례를 계속하십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의 순례는 올라감과 내려옴의 타볼산의 순례입니다. 우리는 고통스럽고 번잡한 일상을 떠나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예수님과 함께 높고 외진 거룩한 산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그곳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영광스런 빛을 보여주십니다. 그 빛나는 삶을 갈망해야겠지요.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거기에 안주하며 머물지 말라 하십니다. 높은 곳에서 보고 체험한 하느님의 자비를 안고 내 삶의 자리로 내려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순절에 나를 묶고 있는 것들에서 떠나, 하느님의 자비와 생명을 안고 세상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괴로워하며 기쁘게 십자가의 순례길을 걸었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1,742 2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