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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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의 희망 한 스푼(왜 이리 떠남이 힘겨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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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애 [ji5321] 쪽지 캡슐

2017-10-05 ㅣ No.115199

 

"왜 이리 떠남이 힘겨운지..."

주님 은총과 자비에 힘입어

이 세상에 온 존재라면,

그 누구든 예외없이

지배받게되는

불변의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 누구든 왔다가 가는 것입니다.

주님 자비의 품에서 시작된

우리의 생명은 결코 이 세상에서

영원할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이 세상 소풍을 만끽하고,

삶의 희로애락을 겪었다면,

이제 다시 한번 그분 품으로

돌아가야 마땅한 것입니다.

그 누구도 거스를수 없는

준엄한 대자연의 이치지만,

막상 떠나야할 그 순간이 오면

그 누구든

망설여지기 마련입니다.

아마도 단 한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기에 그리도

두려운 것 같습니다.

러나 ‘다른 사람은 다 가도

나만은 절대로 못가겠다!’고

틸 수 없습니다.

무조건 가야만 합니다.

병자성사를 드리다보면

달리 이승과의 작별이

힘겨운 분들을 만납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분들이 대체로 지니고

있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재물이면 재물, 권세면 권세,

 학벌이면 학벌로 한때

잘 나갔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좀

떵떵거렸던 사람들입니다.

그럴만도 한것이,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올린 재물의 탑,

수백억, 수천억, 두고 떠나려니

얼마나 아깝겠습니까?

남들 다 잘때 수면시간

줄여가며 공부벌레처럼

산 결과 획득한 전문성을

더 이상 활용할 수 없으니,

얼마나 속쓰리겠습니까?

가만히 살펴보니 저희 같은

수도자, 사제들 사이에서도

그 ‘떠남’이 그렇게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성이면 영성,

상담심리면 상담심리,

사회복지면 사회복지 쪽,

자기만의 특화된 분야에

오랜 세월 쌓아올린

전문성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크기에 그렇게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이런 측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사회는 점점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가는데,

그에 따라 수도자들도

한 분야에 전문가,

대가(大家)로 자리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도움이 필요한

양떼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사목적 봉사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20년, 30년 쌓아올린

그 전문성과 노하우를

다 내려놓고 한 평범한

수도자로 돌아가라고 하니,

얼마나 아쉽고 안타깝겠습니까?

오랜 세월 맺어온 소중한 인맥도,

 그토록 심혈을

기울였던 대상자들도,

후원자들과 봉사자들도

다 포기하고, 전혀 새로운

임지로 떠나라니 얼마나

속상하겠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솔직히 우리가 그토록 중요시

여기는 그 모든 것들,

사실 다 지나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전문가라고

외쳐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현직에서 물러나야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정작 더 중요한 것은

또 다른 곳에 있지 않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봉헌생활자들이,

 또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보다 본질적인 것에 더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이 뭔지,

그리고 부차적인 것은 무엇인지

식별할 수 있는 기도를

계속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부분에 대해

아주 강하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루카복음 10장 3~4절)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일상 안에서의

지속적인 자기 비움,

지속적인 자기 낮춤,

언제든 떠날 준비를

갖추는 노력,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여기는 마음...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의 희망 한 스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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