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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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 파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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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숙 [moon6388] 쪽지 캡슐

2017-10-04 ㅣ No.115182

 

 

루카 12,15-21(한가위: 연중 26 )

 

 먼저,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께서 대국민 추석인사로 페이스 북에 올린 이해인 수녀님의 달빛 기도라는 시를 읊어드립니다.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오늘 <복음>은 앞 장면에 나오는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주라고 일러 주십시오(루카 12,13)라는 어떤 사람의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 시작됩니다. 사실, 이 사람은 겉으로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듯하지만, 속셈은 탐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루카 12,15)

 

 예수님께서는 단지 탐욕을 경계하라고 하시지 않으시고, 모든 탐욕을 경계하라고 하십니다. 그의 탐욕(πλεονεξια:더 많은 소유, 만족할 줄 모르는 욕심, 허기) 안에는 물질에 대한 탐욕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질을 통해 얻고자 하는 더 많은 탐욕들이 숨어(인색, 집착, 의존, 허영, 과시, 쾌락, 물신숭배)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탐욕은 물질이나 재물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에 대한 탐욕도 있고, 명예나 권력에 대한 탐욕도 있고, 학문이나 재능, 혹은 정신적, 영적 가치에 대한 탐욕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탐욕은 진정한 가치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우상을 충족시키는 도구일 뿐입니다. 곧 사라지고 없어질 세속의 가치일 뿐, 영원한 참된 가치가 아닙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탐욕은 우상숭배(콜로 3,5)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 하시면서,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통해 이를 깨우쳐주십니다. 곧 생명이 재물에 달려 있거나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달려 있다는 것을 깨우쳐줍니다.

 그러니, 자신이 물질의 주인이 아닐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주인이 아님을 깨닫고, 탐욕의 온상지인 자신을 주님께 의탁하라는 말씀입니다.

 결국, 탐욕은 진정한 가치, 참된 가치를 깨닫지 못한 데서 온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그러니 탐욕을 없애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참된 주님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탐욕은 절로 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비본질인지,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부차적인 것이지를 깨닫지 못하는 부자에게 하느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어리석은 자(αφρων: 정신없는 자, 무분별한 자),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루카 12,20)

 

 따라서 이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는 단지 탐욕을 경계하라는 말씀이라기보다, 탐욕이 하느님 앞에서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일깨워줍니다. 곧 비유 안에서, 부자는 내일이라는 시간이 자기 손에 있는 것인 양 여러 해를 계획하지만, 오늘 밤이라도 하느님께서 부르시면 이 세상을 하직해야 한다는 것을 통해, 탐욕이 얼마나 허망하고 헛된 것인지, 쓸모없고 사라지고 말 것인지, 헛됨을 구체적으로 일깨워줍니다. 그러니 재물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재물에 대한 태도가 문제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부유한 사람,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루카 12,21 참조)은 어떤 사람인가?

 

 그것은 나눔과 사랑으로 하늘에 재물을 쌓는 사람(루카 12,33)이요, 바로 하느님께 소유당한 사람일 것입니다. 묘하게도, 하느님께 소유당한 사람은 하느님을 소유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런 이가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이 됩니다. 자신에게는 가난하고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한 사람입니다그렇습니다. 예수님을 가지면 전부를 가진 것입니다(안토니오 더블유).

   

그러니 자신의 재물관리가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관리해야 할 일입니다. 이제 우리는 나의 재물이 무엇인가를 보기에 앞서, 나는 누구의 재물인가, 누구의 소유인가, 누구에게 속해 있는가를 보아야 할 일입니다. 곧 나에게 올 유산의 몫을 따질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에게 건네져야 할 유산인가를 보아야 할입니다. 그래서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주라고 일러 주십시오(루카 12,13)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저를 당신의 유산으로 내어주게 해 주십시오라고 해야 할 일입니다.

  

하오니, 주님, 저를 비우소서. 당신께 온전히 소유당한 자 되게 하소서!

 탐욕이 아닌 사랑이, 제 자신이 아닌 주님이, 전부인 당신이 저를 차지하소서. 아멘.

 

 오늘 한가위를 맞이하여, 꽉 찬 보름달처럼 주님이 여러분 안에 꽉 차오르길 바랍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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