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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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8 주일/ 내가 죽어 모두를 살리는 거룩한 삶 - 기 프란치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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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20sook] 쪽지 캡슐

2018-03-17 ㅣ No.119066




사순 5주일, 요한 12,20-33(18.3.18)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내가 죽어 모두를 살리는 거룩한 삶

 

축제 때에 유다교로 개종한 그리스 사람 몇이, 예배를 드리러 예루살렘에 올라왔습니다. 하느님을 경외하던 그들은 필립보에게 다가가, 예수님을 "뵙고 싶다고" 청합니다. 그들은 그저 그분의 얼굴을 보고 인사를 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구원의 신비를 알려는 갈망을 드러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갈망을 채워주시려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12,23) 곧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영광에 이를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자발적인 십자가 죽음으로 이르게 되는 영광의 길을 알려주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12,24-25)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목숨까지도 남김없이 봉헌하신 당신의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요약하여 가르쳐주시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가야 할 참 생명의 길이 여기에 있습니다. 영성생활의 목표는 거룩하신 하느님처럼 거룩해지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은 세상의 문제나 이웃의 아픔을 외면한 채 내적 고요와 평화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거룩함은 내적 일치와 더불어 철저한 사랑의 실천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유보하는 거룩한 삶은, 예수님께서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듯이’(히브 5,8) ‘겪어냄’과 ‘내어놓음’, 곧 인내와 희생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자신의 시간이나 재물 일부를 떼어 다른 이를 위해 내놓는 것만으로는 결코 '예수님의 영광의 때'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사랑으로 기꺼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모두를 내놓음으로써 남을 살리는 사람을 존중해주시며, 그를 영원한 생명으로 이끄실 것입니다(12,25.26).

이런 삶은 사랑 때문에 내가 죽어 없어짐으로써 남을 살리는 삶이기에 매우 어려운 길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 길은 가까운데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 스스로 이기심을 버리고, 고집부리지 않으며, 내 뜻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이는 나를 넘어 하느님과 이웃과 사랑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나를 떠나 모든 사람과 피조물과 세상사를 좋음과 애정을 마음에 품고 바라보면,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이 행복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나만 좋고 아무 일 없으면 된다는 식의 태도로는 결코 함께 행복해질 수 없겠지요. 예수님께서는 내가 먼저 고통을 견뎌내고 힘든 일을 감당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보여주신 것입니다.

우리도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고 불의와 차별, 그릇된 사회제도와 편견에 저항하며 사랑을 실천하셨던 예수님을 따르는, 참 섬김의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십자가는 실패와 죽음의 비극이 다가온다 하여도, 묵묵히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해야겠습니다. 제 한 목숨만 귀하게 여기지 말고, 모든 이에게 항구히 자비를 실천함으로써, 모두를 행복의 나라로 이끌도록 힘써야겠습니다.

오늘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억압과 차별을 받는 이들, 외롭고 고통받는 이들을 '먼저', '더' 사랑함으로써, 많은 열매를 맺는 한 톨의 밀이 되었으면 합니다. 자신을 땅에 떨어뜨리는 겸손, 묻히는 의탁, 썩는 자기비움과 자아이탈이야말로 생명과 기쁨의 씨앗임을 기억하면서...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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