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성가게시판

[토론]가톨릭 음악계를 욕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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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재 [musecom1] 쪽지 캡슐

2000-07-18 ㅣ No.1568

오늘 글을 쓰기 전에 우스운 이야기를 잠깐 해야겠군요.

제가 이 게시판에 글을 2회 올리는 동안 답변글을 써주시는 분은 한분도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저에게 격려 메일을 보내주시는 분들은 꽤 많으셨어요.

아마 제가 지금 어느 성당에서 지휘자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면 저도 답변글을 올리기 보다는 메일을 보내 드렸을 겁니다.

다른 사람이 못보게...

 

오늘은 반주자 이야기 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어쩌면 반주자라는 존재는 미사에 있어서 성가대 보다 더 중요한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가대가 없는 미사라도 반주자만 있다면 좋은 전례에 많은 도움이 되니까요.

며칠전 저희집 가까이에 있는 신도시의 새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 파이프오르간이 있더군요! 놀라워라!

하지만 교중미사임에도 불구하고 반주는 영 아니었습니다. 터치가 완전히 피아노 터치였어요.

피아노와 오르간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소리를 내는 방법에서 부터 완전히 다르니까요.

요즘 왠만큼 큰 성당이라면 매우 좋은 오르간을 갖춰놓고 있습니다.

알X, 힘X,..

가격만 보통 2000만원은 우습게 넘는 물건들이지요.

그러나 오르간은 손터치만 가지고 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발도써야 하고 각종 소리를 제어 할 수 있는 기술도 있어야 하고.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오르간은 굉장한 것으로 사들인 성당에서 실제로 사용할 반주자들을 지원하는데는 영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몇몇 훌륭하신 신부님들께서는 적극적으로 반주자들을 교육시키고 때때로 연주회도 해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주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런 신부님이 그 성당에서 계실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5년 안팎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음대에 오르간 학과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 뿐이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당 반주자들은 피아노를 전공한 분들이지요.

당연히 오르간을 제대로 이용하시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발패달을 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고 소리조차도 오르간을 살때 저장해준 소리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지요.

1번에는 웅장한 소리, 2번에는 부드러운 소리, 3번에는 묵상용 소리... 이런 식으로.

 

지금 제가 알기로는 몇몇 가톨릭계의 음악원과 성당에서 오르간 교육을 실시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주자들이 과연 성당에서 무료봉사하면서 자비를 들이고 시간을 빼앗겨 가며 오르간 교육을 받는 다는 것이 쉬울까요.

감사하게도 많은 반주자들이 그렇게 하시고 계신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옳지 않은 일인것 같습니다.

몇 천만원 들여서 오르간 들여놓고 월 몇 만원 정도의 돈을 들이기 아까워서 그런식으로 썩히는 것은 전시행정과 뭐가 다릅니까?

차라리 그냥 괜찮은 우리나라 제품 오르간 들여놓으면 국산품 애용이나 되지...

 

적어도 성당에서 본미사를 맡고 있는 반주자는 필수적으로 오르간을 전공했거나 오르간 교육을 받아야 할것입니다.

그리고 그 반주자가 중심이 되어 그외의 반주자들에게 오르간의 기본적인 것을 교육 시킬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것은 성당에서 신부님이 기분내키시면 하고 않하고 하는 문제가 아니고 필수적으로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즉 반주자에게 월급까지 줄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지만 적어도 오르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금액과 차비정도는 성당에서 꼭 지원해주어야 합니다.

 

 

이제 다시 성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지난번에도 한번 이야기 했지만 우리 가톨릭에서 새로이 작곡되는 성가대 특송곡들을 구할려면 참으로 힘이듭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매우 쉽고 간단한 곡들입니다.

그렇다고 외국의 곡을 찾으려는 노력역시 없습니다. 대부분 개신교에서 찾아오면 다시 우리가 가지고 오는 식이지요.

아주 오래전에 한 개신교회에서 미국에서 구한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한국 말로 개사해서 부르는 것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내용은 미국곡 답게 ’고요한밤’을 가지고 이야기를 섞어가며 여러가지 화성과 리듬으로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성음악 풍으로, 그다음 바로크 풍으로 이런식으로 클래시컬하게 나가더니 나중에는 흑인영가, 리듬엔불르스, 째즈,

심지어는 롹풍으로 까지 부르더군요.

어떻게 한곡의 노래가 풍기는 늬앙스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저에게는 정말 좋은 무대였습니다.

개신교인들은 왜 이렇게 새로운 특송곡들을 열심히 찾을까요?

천주교회에서는 왜 새로운 곡들을 만드는데 별로 관심이 없을까요?

 

이유는 전례분위기와 매우 관계 있습니다.

개신교의 예배에는 아예 성가대가 특송을 부르는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성가대가 특송을 부를 때는 신자들과 목사님은 그냥 앉아서 그 음악을 감상합니다.

다른 일은 하지 않아요.(그리고 끝나면 잘했을 경우 큰소리로 "아멘!" 하지요.)

 

천주교는 성가대가 특송을 부를려면 기회를 잘 엿보아야 합니다.

우선 봉헌성가일 경우는 봉헌 이라는 순서가 매우 빨리 끝나기 때문에 더구나 신자들도 성가책에 있는것 한곡 정도는 불러야 하니까

성가대가 부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있어도 매우 짧은 곡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대계 봉헌 곡이든 아니든 대부분 성체때 특송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성체 역시도 그리 길지는 않지요.

그리고 성체때도 신자들과 우선 한곡 불러야 하고 성가대원들이 성체 모셔야 하고 그리고 특송을 부를려면

꽤 바빠요.

그래서 새로나오는 우리나라에서 작곡되어지는 특송곡들은 매우 짧습니다.

옛날처럼 아예 미사성가는 성가대에서 다 부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옛날에 작곡되어 졌던 우리 가톨릭의 명곡들을 노래할 수 있는 기회는

부활, 성탄등의 전례가 긴 대미사 정도 뿐입니다.

만약 봉헌, 또는 성체가 다 끝났는데도 성가대 특송이 아직 않끝나서 노래를 계속하고 있을때는 지휘자는 뒤통수가 매우 뜨끔 거리지요.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느리게 불러야 할 곡도 템포가 빨라지고 흐지브지 마쳐 버리게 됩니다.

심지어는 신부님이 곡 사이의 쉬는 템포에 짤라버리고 "기도합시다!" 하고 멋지게(?) 치고 나오시는 경우도 있어요.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왜 우리는 개신교처럼 가만히 앉아서 성가대가 부르는 성가를 귀 기울여 들어보려 하지를 않을까.

꼭 봉헌때나 성체때처럼 신자분들이 무언가 다른 행동을 하고 있을때 빽뮤직 깔듯이 노래를 하여야만 할까.

저는 기도해 봅니다.

적어도 1시간 남짓의 미사동안 1곡정도는 신자분들과 신부님들이 눈감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인내력을 갖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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