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8,31-42(사순 5 수)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1-32)

이는 이미 당신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믿는 이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곧 이미 제자 된 이들에게, 더 나아가 참으로 제자 되기를 초대하는 말씀입니다.

그것은 말씀을 받아들이고 믿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말씀 안에 ‘머무르는’ 것에로의 초대입니다.

그렇다면, 말씀 안에 ‘머무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것은 <요한복음> 15장에서 말한 대로, 포도나무에 가지가 붙어있듯이 말씀이신 그분께 ‘붙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 영의 수액을 받아먹고 열매를 맺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요한 15,4-10 참조). 곧 우리가 그분 안에, 그분은 우리 안에 계시는 ‘상호내주’(perichoresis)를 가리키며, 예수님의 말씀이 내면의 빛이 되어 인도하는 삶을 말합니다. 곧 내재해 계시는 말씀이 우리를 움직이고 또 그분께 향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말씀을 실현하게 되고 그분을 따르는 제자가 되며, 동시에 우리 안에 계시는 그분이 진리이기에 우리는 자유롭게 됩니다.

이는 진정한 자유가 혈통이나 조상이나 규범, 혹은 외적인 세상이나 상황이나 인간들로부터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내주하시는 진리인 말씀으로부터 주어지는 선물임을 말해줍니다.

결국, 진리는 말씀을 이해하거나 믿고 받아들일 때 깨닫게 되는 것이라기보다, 더 나아가 그 말씀 안에 머무를 때, 곧 말씀과 하나를 이루고 그 말씀이 지켜지고 실행될 때라야 참으로 깨닫게 되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진리를 실행하지 않는 자는 참된 깨달은 자가 아니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진리를 깨닫지 못한 이들을 지탄하여 말씀하십니다.

“내 말이 너희 안에 있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요한 8,37)

그렇습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저희 안에 당신 말씀이 있을 자리를 마련하십니다. 우리의 삶 안에 당신 말씀이 머무르는 보금자리를 마련하십니다.

그리하여 당신 말씀이 우리의 삶 안에서 지켜지고 실현되게 하십니다. 당신의 영으로 우리의 삶을 통해 당신의 복음서를 쓰고 계십니다. 당신의 진리를 깨닫게 하시고, 당신의 참된 제자가 되게 하십니다. 당신 진리로 저희를 자유롭게 하고자 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저희를 자유롭게 하십니다. 진리이신 주님만이 진정, 저희를 자유롭게 하십니다. 진정 자유로우신 주님만이 자유를 선사하십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오늘 저희에게 말씀하십니다.

“아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면, 너희는 정녕 자유롭게 될 것이다”(요한 8,36)

하오니, 주님!

제 안에 당신 말씀이 있을 자리를 마련하게 하소서!

제 삶이 당신 말씀이 머무르는 보금자리가 되게 하소서!

당신 말씀이 제 삶 안에서 지켜지고 실현되게 하소서!

당신은 진리이오니 저를 자유롭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