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화)
(백) 부활 제3주간 화요일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모세가 아니라 내 아버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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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걱정은 죽으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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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원 [silver0824] 쪽지 캡슐

2017-02-25 ㅣ No.110351

   




2017년 가해 연중 제8주일


<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


복음: 마태오 6,24-34






십자가를 경배함


엘 그레코 작, (1585-1590), 캔버스유화, 250 x 180, 파리 루브르 박물관


엔도 슈샤쿠 침묵‘’사일런스란 제목의 영화로 나왔습니다. 17세기 일본의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극심했을 때의 배경으로 자신들의 스승이 배교했다는 소식을 듣고 두 사제가 일본에 잠입하여 스승을 찾는 내용입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한 장면은 이것입니다.

한 교우촌에 박해자들이 와서 천주교 신자를 밀고하면 돈을 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마을의 원로를 비롯하여 세 명을 끌고 가 사형에 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두 포르투갈 사제를 숨겨주고 있는 이 마을 사람들은 커다란 혼란에 휩싸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마을 전체를 대표해 순교를 각오한 세 사람이 정해집니다. 이 세 명을 위로하기 위해 한 사제는 고문이 너무 심하면 그냥 배교해 버리라고 말하고, 또 한 사제는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쨌거나 얼마나 큰 고통이 있을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스스로 죽겠다고 자원하기는 하였지만 끝까지 참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사형 방법은 십자가에 매달에 바다에 꽂아두는 것입니다. 물이 목까지 와서 파도가 칠 때마다 바닷물을 마셔 죽게 되지만 파도가 물러나면 또 숨을 쉴 수 있게 되어 생각처럼 그렇게 빨리 죽지도 못합니다. 두 명은 몇 시간이 안 되어 죽었지만 한 사람만 사흘을 버팁니다. 몸의 겉과 속이 바다의 소금과 강렬한 햇빛으로 타들어가는 가운데 이 고통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며 주님, 저를 빨리 데려가 주십시오.”라고 기도합니다. 그런 고통을 지켜보는 마을 사람들은 가슴이 메어집니다.

그런데 그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이 갑자기 성가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성가를 따라 부를 수가 없습니다. 군인들에 의해 바로 잡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십자가에 매달린 그는 성가를 부르며 생을 마감합니다. 이 장면을 멀리서 몰래 지켜보던 한 포르투갈 사제는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그때 하느님께 찬미가를 바친 사람은 그 사람뿐이었다.”

 

그리스도교인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앞에서 숨죽이며 자신들을 대신하여 죽어가는 한 사람을 바라보는 마을 주민들은 주님을 소리 높여 찬미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모든 걱정과 두려움에서 해방된 오직 한 사람만이 주님을 찬미합니다. 어떤 이는 죽어야만 걱정도 끝난다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죽으면 더 이상 세상 것을 기대할 수 없기에 두려울 것도 걱정할 것도 사라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는 말은 우리 자신을 세상에서 죽여야 한다는 말씀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믿음이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향해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라고 하시며, 왜 먹을 것 입을 것을 걱정하느냐고 하십니다. 그리고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으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는 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걱정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이 세상에서 죽을 수 있을까요? 중학교 때 한 선생님이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참 명언인 것 같습니다. 걱정은 그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마치 햇빛이 있는 한 자신의 그림자를 떨쳐버릴 수가 없듯이 걱정은 더 큰 걱정으로 사로잡히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습니다. 가장 큰 걱정을 우리는 죽음이라 부릅니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걱정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래서 죽음이 나를 사로잡으면 어떤 걱정도 나를 괴롭히지 못합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그림자를 없애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녔는데 없앨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너무 힘들어 나무 그늘 안에 들어가 쉬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그림자가 사라진 것입니다. 이렇듯 걱정은 더 큰 걱정 안으로 밀어 넣으면 사라집니다. 죽어야 한다면 뭐 그냥 죽는 것입니다. 가족을 잃어야 한다면 뭐 잃는 것입니다. 항상 최악의 경우가 있고 그 최악의 경우가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일어나고야 만다면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야곱이 벤야민을 내어놓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죽어야 한다면 죽어야지!”라며 체념합니다. 이렇게 매 순간 나의 생명을 주님께 맡기는 삶이 믿음입니다. 이사악을 바치라는 하느님의 명에 아브라함은 주저함 없이 아들을 향해 칼을 듭니다. 그에게 내일은 없습니다. 하느님의 걱정 안에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걱정이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나의 그림자를 없애려면 더 큰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오늘 죽어야 한다면 오늘의 삶이 걱정으로 사로잡힐까요? 그 반대입니다. 오늘 안 죽는다고 생각하니, 오늘을 걱정하고 즐기지도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죽는 게 확실하다면 오늘을 인생의 최고의 시간으로 만들 것입니다.

컨텍트란 영화에서 한 여자가 외계인과의 대화를 성공하며 전 세계를 구합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이 여자가 미래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미래는 외계인들과 접촉하는 가운데 만난 한 남자와 만나 결혼하고 딸아이를 낳지만 딸아이는 불치병에 걸리고 되고 남편은 둘을 남기고 떠나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미래를 통해 얻은 정보로 외계인과의 대화를 잘 마친 다음 이 여자 주인공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언젠가 자신을 떠날 남자와 결혼을 할 것인지, 불치병에 걸리게 될 딸을 낳을 것인지를 말입니다. 미래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 주인공은 자신이 본 미래대로 살기로 결심을 하고 그 남자와 결혼을 합니다. 물론 둘은 헤어질 것이고, 아기도 병이 걸릴 것입니다. 그래도 이미 정해져 있는 미래를 살기를 원하는 이유는 걱정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면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되겠지만 그래서 어쩌면 단 한 순간도 즐기지 못하게 될 수도 있지만, 이미 정해져 있는 미래를 사는 그녀는 남편이 떠나기 전에 충분히 사랑을 할 것이고 아이가 병이 들기 전에 충분한 행복을 줄 것입니다.

 

우리 미래도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예수님도 십자가에 돌아가시도록 정해져서 태어나셨습니다.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셨습니다. 어차피 변할 게 아니었으니까요. 가장 좋은 것이니 그런 삶을 정해 주셨겠지요. 우리의 미래도 십자가의 죽음입니다. 그것을 통하지 않고서는 부활이 없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그런 시간이 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천국을 얻기 위해 나에게 반드시 올 고통이 다가오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 분의 걱정 안에 머무십시오. 그분은 우리가 당신 계획 안에 머물며 우리 계획을 묻어버리시기를 원하십니다. 내가 계획 세우니 두려운 것입니다. 물 위를 흐르는 나뭇가지가 무슨 걱정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 흐름에 맡기면 됩니다. 그 흐름이 우리가 몸을 숨겨야 할 주님의 그늘입니다. 내가 방향을 잡으려고 하니 멀미가 나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 죽음을 원하십니다. 그러면 살려고 노력하지 맙시다. 그러나 오늘 아직 안 죽었다면 오늘을 즐기면 됩니다. 오늘을 살려고 하다보면 결국 죽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죽으려고 하면 살 것입니다. 걱정은 우리 각자의 죽음 안에서 죽게 됩니다. 주님은 우리 죽음을 원하시고 우리가 그 죽음을 당장이라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다면 모든 걱정은 사라지게 될 것이고 우리는 오늘을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http://www.수원교구영성관.com/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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