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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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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앙생활과 양심 그리고 교리와 신념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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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19.240.141.*]

2018-10-06 ㅣ No.11878

25년동안 천주교회에 몸담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어릴때 부터 저와 함께하신 예수님과 교회가 가족같고 집같이 여겨집니다.

교회의 가르침도 저에게 많은 감동과 삶의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저의 신앙생활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다른 외적인 요인이 아니라, 저 자신이 가진 생각 때문입니다.

 

성모님에 대한 4가지 믿을 교리가 있지요?

하느님의 어머니, 원죄없는 잉태, 평생 동정, 몽소승천.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말하겠습니다.

성모님의 평생 동정.

옛날 교부시절부터 내려온 이야기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공부하려고 외경까지 읽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평생 동정이 "꼭 믿어야만 하는 교리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생명도 믿는다고 고백하는 사람이

꼭 성모님의 동정성 여부에만 의심이 간다고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요.

사실 "절대 그럴 리 없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가 아니라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게 '믿을 교리'로 지정될 만큼 중요한 것인가...?"라는 점에서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문맥으로 보면, 보통 가족을 이야기 할 때는 친가족부터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마태오 복음 13장.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그의 어머니는 마리아라고 하지 않나? 그리고 그의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가 아닌가?

그의 누이들도 모두 우리와 함께 살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지?

 

저기서 형제를 뜻하는 그리스어 아델포이가, 친형제 뿐만이 아니라 사촌이나 다른 친족들도 포함할 수 있는 단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예수님의 네 명의 형제분들이 전부 친형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될 수 없겠지요.

"반드시 그렇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와 명분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아는 신부님과 상담받았을 때는 "그럴 수 있다. 아직 잘 모를 수도 있으니 하느님께서 깨닫게 해주시길 바라면서 기도해라" 뭐 이런 식으로 답변해 주셨습니다.

저도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여러 해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어떤 사람과 신앙 이야기를 하며 이 얘기를 언급했는데,

그사람은 굉장히 정색하며

"믿어야 할 교리를 믿지 않으며 성사에 참석하고 고해성사를 하고 성체를 모시는 건 모독이다.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여...하면서 기도를 하는데 성모님 동정을 믿지 않는다면 그건 미사중에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닌가? 교회의 가르침에 순종하지 않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 그것이 어떻게 가톨릭 신자라고 할 수 있나?"

하면서 굉장히 저를 비판하더라고요.

마음이 불편해졌지만 그 사람 말도 특별히 틀린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 더 가슴아팠습니다.

 

"교회의 가르침 중 몇 가지는 완전한 믿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난 우선 내 이성과 자유의지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교회의 가르침 대부분은 성령을 통해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기 때문에 교회의 시스템에 거역하는 행동을 공개적으로 할 생각은 없다. 내 양심에 대해서는 하느님께서 공의롭게 처리하시리라 믿는다."

 

이것이 이제까지 신앙생활에서 가지는 제 신조였습니다. 괜히 죄책감 가지면서 사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잘....모르겠습니다. 교회의 가르침에 완전히 순종하지 않는 것이, 그렇게나 큰 죄가 될까요?


교회를 바꾼다는 생각도 잠깐 해봤지만, 도저히 그러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예정설을 정말 싫어하고, 연옥 교리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성모님이나 다른 성인 분들도 공경하기 때문에 개신교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권위적인 목사들이야말로 신도들이 성경 공부하는 걸 더 싫어한다고 하지요...)

루터교? 성공회? 보편교회와 어느정도 비슷하긴 하지만 여기도 맘에 차지 않습니다.

저는 가톨릭 교회가 너무나도 좋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너무 마음이 복잡해서, 몇달째 미사도, 고해성사도, 영성체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음 속 의혹들이 풀어지지 않은 채로, 여전히 성모님에 대한 의문을 가진 채로 고해성사를 한 들 뭔 소용이겠습니까.

억지로 머리를 비우고 믿자 믿자 하는 것도 건전한 신앙인이 가질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성모님을 정말 존경합니다.

하늘로 올림 받으시어 예수님 곁에 계신다는 것도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원죄없이 성모님을 태어나시게 하셨다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어째 그분의 동정 여부에만 납득이 잘 안 가는게 참 웃기는 일입니다. 제가 생각해도...하하...


그것이 저와 하느님 관계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져올 정도로 중요한 것일까요?

억지로 제 생각을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고찰하는 과정에서 성령께서 바르게 인도해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보편교회에 있어도 되는 것일까요?

이 작은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저와 교회, 하느님과 제 관계가 단절되고 마는 것일까요? 



너무 힘드네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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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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