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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의 청종(聽從)은 창발현상을 이루었다 - 윤경재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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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재 [whatayun] 쪽지 캡슐

2017-03-25 ㅣ No.110984

 

성모님의 청종(聽從)은 창발현상을 이루었다

 

- 윤경재 요셉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루카 1,26-38)

 

 

 

 

어떤 연극배우가 무대에서 연극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배우를 보고 말했습니다. “자네, 구두끈이 풀어졌어.” 그 배우는 얼른 구두끈을 고쳐 맸습니다. 그리고 연극 연습을 계속 하였습니다. 조금 후 그 친구가 나갔습니다. 배우는 구두끈을 다시 풀어놓고 연극 연습을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옆 사람이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하세요?’ 그 배우가 말했습니다. “내 연극의 배역이 거지입니다. 구두끈을 풀고 어수룩하게 보이는 거지 역할입니다. 그런데 친구가 구두끈 풀어졌다고 지적할 때 나름대로 나를 잘 되라고 하는 것이기에 그대로 들어 주었습니다. 이제 그가 다시 나갔으니 원래대로 풀어놓아야지요.”

 

이것이 배려입니다. 남의 생각을 읽고 그를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배려입니다. 배려는 남이 보기에 대단한 행동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그렇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려고 하면 배려가 무엇인지 막연하고 선뜻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배려는 어떤 인식이 아니라 행동양식이기에 몸에 배이지 않으면 겉으로 드러나기 어렵고 쉽게 따라 하기는 더 힘이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배려는 습관이 아닙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조건에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관성적인 힘에서 벗어나 새로운 행동 양식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낯설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그려나가는 게 배려입니다.

 

물리 화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창발현상(emergence)’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면 기체로서 불에 타는 수소원자 2개와 산소원자 1개가 만나면 불에 타지 않는 액체 물 분자가 하나가 만들어집니다. 이런 원리를 창발현상이라고 합니다.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새로운 질서가 창조되는 것을 말합니다. 하위 계층(구성 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 계층(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입니다.

 

예수께서 어부였던 시몬과 그 동료를 찾아오신 것이나 하느님께서 가브리엘 천사를 시켜 마리아를 찾아오신 것 모두 어쩌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들도 인간적 경험에 따른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다음 행동은 남달랐습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루카5,5)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1,34)

 

마리아의 질문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어긋나는 일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남녀가 짝을 지어 부부로 살고 자식을 낳아 번성하도록 질서를 세우셨습니다.(창세1,27. 2,24) 그 질서를 잘 알았고 충실히 따르려고 하는 마리아로서는 의문이 생긴 것입니다. 자신이 남자를 모르는데 아들을 낳는 일이 하느님께서 세우신 질서와 다른 것 아니냐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가브리엘 천사는 합당한 설명을 해주어 이해시킬 필요가 생겼습니다. 단순히 옛 창조의 질서를 깨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 질서를 세우는 것이란 말씀입니다.

 

그런 다음에 인간적 경험을 넘어서는 새로운 체험단계가 찾아옵니다.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이런 체험 따른 두 사람의 반응이 비슷하게 전개됩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 단계는 새로운 성령체험을 통해 인간적 무력함을 고백하고 받아들이는 단계입니다. 이 고백을 통해 그들의 인격은 완전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제 그들은 다시는 의심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살아나갈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만남으로 시몬이 베드로로 바뀐 것이나 어린 처녀 마리아가 이 청종 덕분에 주님의 모친이 되신 것이 바로 창발현상이라 하겠습니다. 새로운 창발현상 덕분에 인류는 죄의 상태에서 구원의 상태로 전환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차례입니다. 우리도 내 몸 안에서 창발현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각자 요셉으로, 마리아로, 베드로로, 안젤라로, 루시아로, 프란치스코로, 요한으로 재 탄생하여야 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처신했을 터인데 웬지 다르게 행동했다는 체험과 기쁨을 실제로 느껴야 합니다. 그 기쁨이 나 혼자 머무르면 福이 되고, 이웃과 나누면 행복(幸福)이 됩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기뻐하시면 축복(祝福)이 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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