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두 번째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 서임 10주년 축하식

서울대교구, 오늘 오전 성유축성미사 후 진행

사제수품 60주년(회경축)·50주년(금경축) 축하식도

두 번째 한국인 추기경이자 천주교 서울대교구 전임 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의 추기경 서임 10주년 축하식이 오늘(24일) 오전 10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성유축성미사 후 열렸다.

이날 미사는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해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서울대교구 주교단, 교구 사제 600여명이 공동 집전했다. 또한 한홍순 전 교황청 주재  한국대사, 권길중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장 등 신자 600여명이 참례해 기도로써 정 추기경의 서임 10주년을 축하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미사 강론을 통해 “추기경님께서 이렇게 건강하게 교구 사제들과 미사에 함께 해주시니 참으로 기쁘고 마음이 훈훈하다”면서 “추기경 서임 10주년을 맞이한 정진석 추기경님께 모든 사제들과 신자들을 대신해서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늘 한결 같이 함께해 주심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축하식은 꽃다발 증정과 답사, 기념사진촬영, 식사 나눔 순으로 조촐하게 진행됐다. 교구 사제단을 대표하여 금년 사제 수품한 새 사제 김세영 신부(청담동성당 보좌신부)가 정 추기경에게 축하의 마음을 담아 꽃다발을 건넸다.

▣ “작은 별빛 되고 싶다”던 한국인 두 번째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

“몸과 마음이 힘든 사람이 많은데 그들에게 영혼의 평화, 마음의 평화를 주는, 밤하늘의 작은 별빛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서임된 정진석 추기경이 2006년 3월 24일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 서임된 이후 밝힌 소감이다.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그리고 ‘송구스러워서’ 큰 별보다는 작은 별이 되고 싶었다던 정 추기경. 추기경으로서의 그의 지난 시간을 간추려 보았다.

깃발을 들지 않은 기수

“밤하늘의 작은 별빛”이 되고 싶다던 그의 말처럼 정 추기경은 14년간 한국교회 얼굴인 서울대교구를 이끄는 교구장으로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가톨릭의 가치를 지켜나가고자 고군분투 했다.

故 최인호 작가는 생전 정 추기경에게 “추기경님의 존재는 약속된 땅으로 들어가는 여정에서 방황하는 백성들을 이끌어간 모세의 헌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깃발을 들지 않은 기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생명수호 가치를 강조하며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소신을 밝혔던 부분이다. 당시 정 추기경은 생명수호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며 교구 생명위원회를 설립했다.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로 시끄러웠던 2005년, 정 추기경은 '인간배아를 실험에 사용하는 것은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비도덕적 행위'라는 강론자료를 내는 한편 황 교수를 직접 만나 가톨릭교회 입장을 분명하게 전했다. 이는 국내ㆍ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우리 사회에 생명이라는 최고 가치의 의미를 일깨우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정진석 추기경 약력

정진석 추기경은 1931년 12월 서울 출생으로 1954년 가톨릭대학 신학부에 입학하고 1961년 사제품을 받았다. 1970년 최연소로 주교 수품한 이후 28년 동안 청주교구장,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등을 역임했다. 대주교로 임명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직했으며, 2006년 3월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됐다. 한국인으로서는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였다. 서임 당시 그는 “몸과 마음이 힘든 사람이 많은데 그들에게 영혼의 평화, 마음의 평화를 주는, 밤하늘의 작은 별빛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2007년부터 5년간 교황청 성좌조직재무심의 추기경 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2012년 은퇴 이후 김 추기경이 머물던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신학대학) 주교관에서 머물며 저술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정 추기경은 부제 시절 故박도식 신부와의 약속으로 매년 한 권씩 책을 펴내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도 12월 니콜라오 축일(12월8일)에 맞춰 신자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마음으로 저서를 발표하고 있다. 정 추기경은 저서 및 역서 총 59권을 펴냈다. 그동안 그가 54권의 저서와 역서를 펴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5권을 추가 확인했다. 그는 15권에 달하는 교회법 해설서 저술로 자타가 공인하는 교회법 권위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