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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홍) 2024년 4월 25일 (목)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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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내 기쁨아, 어떻게 네가 이 거룩한 일들을 아느냐? 도대체 누가 그것을 네게 말해 주었느냐?”

135510 박현희 [yesyes] 스크랩 2020-01-22

 

나는 또 안나를 본다. 그리고 어제부터 안나가 이런 모양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본다. 안나는 그늘이 진 정자 출입구에 앉아서 바느질에 전념하고 있다. 모래 빛깔인 회색 옷을 입고 있다. 그의 옷은 아마 몹시 무더운 탓이겠지만 매우 간단하고 가벼운 차림이다. 


정자 저쪽 끝에는 건초용의 풀을 베는 낫질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첫 번째로 베는 풀은 아닐 것이다. 포도가 황금빛을 띠기 시작하였고, 큰 사과나무가 짙은 잎들 사이로 노랗고 빨간 밀초 같이 연한 빛깔을 띠기 시작하였으며, 열매들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밀밭은 불꽃같이 새빨간 개양귀비가 가볍게 물결치고, 별과 같이 줄이 가고 동양 하늘같이 새파란 수레국화들이 꼿꼿하게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그루터기가 늘어서 있는 밭에 지나지 않는다.

 

그늘진 정자에서 작은 마리아, 그러나 벌써 활발하고 걸음걸이가 확실한 마리아가 온다. 그의 걸음걸이는 머뭇거리지 않고, 그의 흰 샌들은 돌 사이에서 비틀거리지 않는다. 마리아는 벌써 비둘기와 같이 가볍게 물결치는 그의 부드러운 걸음걸이를 하기 시작한다.  아마포로 지은 작은 옷을 입은 마리아는 작은 비둘기 모양으로 아주 하얗다. 그의 옷은 발목까지 헐렁하게 내려오고 하늘빛 같이 파란 가는 끈으로 목에 맞게 매어져 있으며, 작고 짧은 소매가 달려 있어 볼그레하고 토실토실한 아래팔이 보인다.

 

너무 곱슬거리지 않고 가볍게 물결치듯 하고 끝이 동그랗게 말린 꿀빛 같이 엷은 빛깔의 비단결 같은 머리털과 하늘빛 눈과 약간 볼그레하고 미소를 띤 부드러운 얼굴로 인하여 꼭 어린 천사와 같다. 그리고 넓은 소매로 들어가서 아마포로 만든 그의 옷을 부풀게 하는 미풍까지도 마리아가 날아가려고 날개를 반쯤 편 어린 천사와 같은 모습을 띠게 하는데 이바지한다.

 

마리아는 개 양귀비와 수레국화들과 밀밭에 자라는 풀이지만 내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작은 꽃들을 들고 있다. 마리아는 걸어온다. 그러다가 엄마 바로 가까이 와서는 뜀박질까지 조금 한다. 명랑한 소리를 지르면서 어린 멧비둘기같이, 아기를 받으려고 조금 벌어지는 엄마의 무릎에 와서 그의 나는 듯한 달음박질을 멈춘다. 그 때에 어머니는 아기가 찔리지 않게 일거리를 옆에 놓고 아기를 안으려고 팔을 벌렸다.

 

환상이 어젯밤에 여기서 끝났다. 그리고 오늘 아침 다음과 같이 계속되었다.

 

“엄마! 엄마!” 하고 흰 멧비둘기가 엄마의 무릎으로 된 둥지에 몸을 오그리고 작은 발은 짧은 풀을 밟고 그 작은 얼굴은 엄마의 품에 파묻었다. 작은 목덜미에 엷은 황금빛 머리 밖에 보이지 않고, 안나는 딸에게 사랑으로 입 맞추려고 몸을 숙인다. 그런 다음 마리아는 머리를 들고 꽃들을 어머니에게 드린다. 그 꽃들은 드리려고 꺾은 것인데, 꽃 한 송이마다 자기가 생각해낸 이야기를 곁들인다. 


이 큰 하늘빛 꽃은 주님의 입맞춤을 엄마에게 가져오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별이다. 자, 이제는 엄마가 그 작은 하늘의 꽃을 그의 가슴 위에 껴안는데, 거기에서 하느님의 맛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아빠의 눈처럼 더 엷은 파란 색깔의 이 다른 꽃은 그 잎에 아빠가 착하기 때문에 주께서 그를 사랑하신다는 말이 씌어 있다. 그리고 이 작은 꽃, 아주 작은 꽃, 하나 밖에 찾아내지 못한 작은 꽃(그것은 물망초이다)은 주께서 마리아에게 그를 많이 사랑하신다는 말씀을 하시기 위하여 만드신 꽃이다. 그리고 이 빨간 꽃들은 무슨 꽃인지 엄마가 아는가? 그것은 이스라엘의 원수의 피에 잠겼다가 전쟁과 승리의 전장에 심어진 다윗왕의 옷 조각들이다. 이 꽃들은 주를 위한 영웅적인 전투 중에 찢어진 바로 왕의 그 옷 조각에서 난 것이다. 그러나 하늘을 쳐다보는 일곱 개의 비단 술잔으로 된 것 같고 향기가 진동하며 저기 샘 곁에 난 희고 예쁜 이 꽃은-아빠가 이 꽃을 가시덤불 가운데에서 꺾었다 - 많은 세월 전에- 아아! 얼마나 많은 세월! 얼마나 많은 세월 전인가! -그 많은 세월 전에 솔로몬 왕이 그의 어린 조카딸이 태어난 같은 날에 수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앞장을 서서 궤약의 궤 앞을 걸어가며, 돌아와서 그의 영광을 둘러싼 구름 때문에 몹시 기뻐하면서 노래와 기쁨의 기도를 시작하였을 때 그가 입었던 옷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노래를 마리아의 작은 입이 이렇게 끝마쳤다.

"나는 항상 이 꽃과 같기를 원하고 지혜로운 임금님과 같이 일생동안 장막 앞에서 노래와 기도를 하고싶다.”


“아이고, 귀여운 아기! 이 거룩한 일들을 네가 어떻게 아느냐? 누가 말해 주었니? 아빠가 알려 주셨니?”

 

“아니, 누군지 몰라. 늘 알고 있었던 것 같아. 그렇지만 내가 보지 못하는 어떤 사람이 말해 주었는지도 몰라. 아마 하느님께서 착한 사람들에게 말하라고 시키신 천사들 가운데 하나인지도 몰라. 엄마, 이야기 또 해 주겠어?”

 

“오냐, 내 딸아? 무슨 이야기를 또 알고 싶으냐?”

 

마리아는 진지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한다. 그의 표정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하여 그것을 그려 놓아야 할 것이다. 그 작은 어린 얼굴에는 그의 생각의 그림자가 비친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생각하면서 미소와 한숨, 햇빛과 구름 그림자를 보여준다. 그러다가 선택을 한다.

 

“가브리엘이 다니엘에게 한 그리스도를 약속한 말을 또 해줘.”

 

그리고는 눈을 감고 들으면서 어머니가 한 말을 더 잘 기억하기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천천히 되풀이한다. 안나가 말을 끝내자 마리아는 이렇게 묻는다.

 

“엠마누엘이 오기까진 아직 얼마나 기다려야 해?”

 

“30년 가량이란다. 얘야.”

 

“아직도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았네! 그런데 나는 성전에 가 있을거고‥‥이거 봐 엄마. 내가 아주 많이, 많이, 많이, 낮에도 밤에도, 밤낮으로 기도를 드리고, 또 그렇게 되라고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주욱 오직 하느님의 것이 되기만을 원하면, 영원하신 하느님이 메시아를 그전에 당신 백성에게 주시는 은혜를 내게 주실까?”

 

“그것은 모르겠구나. 예언자는 ‘일흔 주간’이라고 말했다. 나는 예언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주님은 지극히 인자하시다.” 

하고 안나는 어린 딸의 금빛 속눈썹에 구슬 같은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덧붙인다.

 

“네가 많이, 많이, 많이 기도하면 주님이 네 기도를 들어 주시리라고 믿는다.”

 

어머니에게로 약간 쳐든 작은 얼굴에 미소가 돌아오고, 포도나무 가지 둘 사이로 지나가는 햇빛이 벌써 멎은 눈물을 마치 알프스의 이끼 줄기 끝에 매달린 이슬방울 모양으로 반짝이게 한다.

 

“그러면 나는 기도하고 이것을 위해서 동정녀가 될 거야.”

 

“그렇지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니?”

 

“이건 남자의 사랑을 모르고 하느님의 사랑만 안다는 말이야. 이것은 주님만을 생각한다는 말이고, 이것은 육체가 아이로 남아 있고 마음으로는 천사도 남아 있다는 뜻이야. 이것은 눈으로는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보고, 귀로는 하느님 말씀만 듣고, 입으로는 하느님을 찬미하기만 하고, 손으로는 자기를 제물로 바치기만 하고, 발로는 하느님을 빨리 따라가기만 하고, 마음과 생활은 오직 하느님께 드리기만 하는 거야.”

 

“축복받은 너로구나!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너는 절대로 아이를 못가지게 될 것이다. 어린 아이들과 어린 양들과 어린 멧비둘기를 그렇게도 좋아하는 네가‥‥ 알겠니? 여자에게 있어서 어린 아이는 털이 곱슬곱슬한 흰 어린 양이나 비단 같은 깃에 산호 같은 부리를 가진 어린 비둘기처럼 사랑하고 입 맞추고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란다.”

 

“괜찮아, 나는 하느님의 것이 될 거야. 성전에서 나는 기도 드릴거야. 그러면 언젠가 하루는 임마누엘을 보게 될 거야. 큰 예언자가 말하는 것처럼 임마누엘의 어머니가 되기로 예정된 동정녀는 벌써 태어났을 거야. 그리고 지금 성전에 있어‥‥나는 그의 동무가 되고‥‥종이 될 거야. 정말이야! 만일 하느님의 빛으로 그 동정녀를 알 수 있으면, 나는 그 복된 동정녀의 시중을 들고 싶어! 그리고 또 그 동정녀는 내게 그의 아들을 안고 오고 나를 그의 아들에게로 데려갈 거야. 그래서 나는 그 아들의 시중도 들거야‥‥”

 

마리아는 그를 승화시키고 동시에 자신을 없이하는 이 생각에 매우 흥분해 있다. 그의 작은 손을 가슴에 십자(+)로 포개 얹고 머리는 약간 앞으로 숙인 채 얼굴이 빨개져 있는 것이, 내가 본 성모영보(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의 동정녀(피렌체의)를 어린 아이로 재현시킨 것 같다. 마리아는 다시 말을 잇는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의 임금님, 하느님의 기름 바름을 받은 이가 내가 시중드는 것을 허락하실까?”

 

“그 점은 의심하지 말아라. 솔로몬 임금님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느냐? ‘왕후가 60명이 있고 다른 아내가 80명이 있으며, 처녀가 수없이 많다’고. 알겠니? 임금님의 궁궐에는 그들의 주님을 섬길 동정녀가 수없이 많을 것이다.”

 

“아아! 그러니까 엄마는 내가 동정녀가 돼야 한다는 걸 알지? 난 동정녀가 돼야 해. 하느님이 동정녀를 어머니로 원하신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동정을 사랑하신다는 뜻이야. 하느님이 나를 당신의 지극히 사랑하시는 어머니와 좀 비슷하게 만들 동정 때문께 당신의 종인 나를 사랑해 주셨으면 해‥‥ 그래, 이것이 내가 원하는 거야‥‥나는 또, 주님을 성가시게 할 염려만 없으면 죄녀가 되고 싶어, 아주 큰 죄녀‥‥ 엄마,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죄녀가 될 수 있는 거야?”

 

“아니 그런데 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알아듣지 못하겠구나.”

 

“내 말은 구세주가 되시는 하느님께 사랑을 받을 수 있기 위해서 죄를 짓는다는 거야. 파멸한 것을 구원하는거 아니야? 나는 구세주의 사랑의 눈길을 얻기 위해 그분께 구원되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죄를 짓기를 원하는 거야. 그렇지만 하느님을 싫증나게 하는 죄는 짓지 않고 말이야. 내가 파멸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님이 나를 구하실 수 있어?”

 

안나는 깜짝 놀라 무슨 말을 할지 모른다. 요아킴이 어린 포도나무로 된 울타리 뒤로 다가와서 풀 위를 소리 내지 않고 걸으며 안나를 도와주러 온다.

 

“하느님께서는 네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만을 사랑한다는 것을 아시기 때문에 미리 너를 사랑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너는 벌써 구속되었고, 네가 원하는 대로 동정녀가 될 수 있다” 고 요아킴이 말한다.

 

참말이야, 아빠?”

 

 마리아는 아버지의 무릎에 꼭 기대며 아버지의 눈을 많이 닮은 밝은 별과 같은 눈으로 쳐다보며, 아버지가 그에게 주는 희망 때문에 매우 행복하다.

 

“정말이다, 우리 예쁜이. 보아라, 샘 근처에서 처음 날아본 이 어린 참새를 너 주려고 가져왔다. 내가 그냥 내버려둘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요놈의 약한 날개와 너무 여린 다리가 요놈을 다시 날게 하고, 샘 가장자리의 매끄러운 돌 위에 붙잡아 놓을 수 있을 만한 힘이 없었다. 이 어린 새 참새가 물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불행이 일어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요놈을 붙잡아서 너를 주려고 가져왔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사실 이 새 참새는 위험을 당하기 전에 구원을 받았다. 하느님께서 네게 하신 것도 마찬가지다. 마리아야, 이제는 말해 봐라. 이 어린 참새가 물에 빠지기 전에 구해 준 것이 이 새를 사랑한 것이냐, 또는 참새가 떨어진 다음에 위험에서 구해 주어야 더 사랑하는 것이 되었겠니?”

 

“참새가 찬 물에 빠져 죽게 놔두지 않은 지금이 더 사랑한거야.”

 

“자! 하느님께서 네가 죄를 짓기 전에 너를 구해 주셨으니까 너를 더 사랑하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있는 힘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하겠어. 예쁜 어린 참새야, 나는 너같이 하겠다. 주님은 우리에게 구원의 선물을 주셔서 비슷하게 사랑하셨다‥‥ 이제는 내가 너를 보살펴 주고 나서 날아가게 해주마. 너는 숲 속에서, 나는 성전에서 하느님의 찬미를 노래할 것이고 우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하느님이 언약하신 분을 그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보내 주십시오. 보내 주셔요’ 하고. 아! 아빠, 언제 나를 성전에 데리고 갈래?”

 

“아가, 멀지 않아 데려가 주마. 그렇지만 아빠를 남겨두는 것이 괴롭지 않으냐?”

 

“많이! 그렇지만 아빠가 올거지‥‥ 그리고 괴롭지 않으면 무슨 희생이 되겠어?”

 

“그리고 우리 생각을 하겠니?”

 

“언제나, 임마누엘을 위해서 기도한 다음에는 아빠 엄마를 위해서 기도하겠어, 하느님이 구세주가 되시는 날까지 하느님이 아빠 엄마에게 기쁨을 주시고 오래 살게 하시라고, 그런 다음 아빠 엄마를 데려다가 하늘의 예루살렘에 두시라고 하느님께 말하겠어.”

 

환상은 요아킴이 품에 껴안는 마리아의 영상과 더불어 사라진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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