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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4년 4월 24일 (수)부활 제4주간 수요일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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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140965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0-09-23

신부님들과 함께 왓킨스 글렌(Watkins Glen) 주립공원엘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고 함께 지냈습니다. 5명이 함께 갔습니다. 모두들 장점이 있었습니다. 장을 보고 계획을 세우고, 음식을 준비하는 신부님이 있었습니다. 동료들을 위해서 맛있는 음료수를 만들어 주는 신부님이 있었습니다. 야영의 꽃인 모닥불을 피우는 신부님이 있었습니다. 향이 좋은 커피를 직접 갈아서 마실 수 있도록 해준 신부님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재능이 없는 저는 주로 설거지를 담당하였습니다. 공원에는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장이 있었고,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시설도 있었습니다.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오솔길도 있었고, 빙하가 남긴 멋진 계곡도 있었습니다. 폭포와 호수를 보고 싶으면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되었습니다. 기도하고 싶으면 오솔길을 걸으면 되었습니다. 공원을 나가서 20분만 걸으면 눈을 맑게 해주는 멋진 세네카 호수가 있습니다. 세네카 호수는 이스라엘의 갈릴래아 호수를 닮았습니다.

 

함께 식사하고, 계곡의 멋진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모닥불 주변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둠 속에 모닥불은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타오르는 불빛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하였습니다. 순서도 없이, 주제도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생활의 지혜를 나누기도 하였고, 삶의 어려움을 나누기도 하였고,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신학교 이야기도하였고,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모두 각자의 텐트로 돌아가고, 모닥불은 재가 되었습니다. 모닥불이라는 노래도 생각났습니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약간의 불편함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야영은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추억이 됩니다. 서로가 가진 장점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인생이 헛되다고 합니다. 모닥불이 아름답지만 재가 되듯이 건강했던 사람도, 지혜롭던 사람도, 권력을 지녔던 사람도, 부유했던 사람도 언젠가는 모두 한 줌의 흙이 되기 때문입니다.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는 노랫말처럼 우리도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 주는, 어둠을 밝게 비춰주는, 빛으로 하나가 되도록 이끌어주는 모닥불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모닥불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인생은 늙고 병들어 흙이 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는 깨달음이 되었고, 희망이 되었고, 천국의 열쇠가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문화와 문명이 되었고, 역사와 신앙이 되었습니다. 마더 데레사, 이태석 신부님은 기꺼이 모닥불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분들의 삶은 이야기가 되었고 우리 삶의 등불이 되고 있습니다.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지만 바다는 넘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믿으면 결코 우리의 인생이 헛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하느님의 사랑은 결코 부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헤로데는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헤로데는 예수님의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까요 권력, 명예, 재물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것은 이미 넘치도록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헛되고 헛된 인생, 재가 되어 흙으로 돌아갈 것 같은 인생의 이야기는 아니었을 겁니다. 밀알 하나가 썩어야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겁니다.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 없지만 아픈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겁니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겁니다. 예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예수님을 만났지만 어떤 사람은 슬퍼하며 예수님을 떠났다고 합니다. 가진 것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헛되고 헛된 인생에 집착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물을 버리고, 배를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고 합니다. 예수님의 이야기 속에서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행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끝나지 않는 모닥불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율법의 완성이라고 하셨으니 저희가 그 사랑의 정신으로 하느님의 계명을 지켜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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