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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묵상 9] 백로와 고속도로/정채봉

218527 양남하 [simonyang] 2019-08-18

 

 

 

백로와 고속도로



여름을 나기 위해 이 땅을 다시 찾아온 백로가
처음 오는 친구를 데리고 고속도로가 보이는 소나무 위에 앉았다.
줄 지어서 마구마구 달리는 자동차들...처음 온 백로가 물었다.

"저 길은 무어야?" 친구 백로가 대답했다.

"고속도로라고 해. 빨리 달리기 위해 만들었대."

"왜 빨리 달려야 하지? 멀리 내다보려고?"

"아니야, 코 앞의 일이 급해서래."

친구 백로한테 새로온 백로가 물었다.

"저렇게 급히 달리다가는 부딪치기도 할텐데?"

"그렇지. 죽기도 해."

"저 길을 달리는 인간들이
생명을 걸만치 바쁜 일들이야?"

"아니야, 놀러 다니는 사람도 있어."

"놀러 다니는 사람은 천천히 가야지
가는 동안에 보는 것도 있는 거 아니야?"

"그렇지.
그러나 저 길에는 죽어라고 달려야 된대."

"바쁘지도 않아도?"

"응. 앞사람이 달리고, 뒷사람이 쫓아오니까 달려야 한 대."

"그러다가 죽기도 한단 말이야?"

"그렇다니까!"

"알다가도 모를 게 인간들이야."

"두 마리의 백로는 훨훨 하늘 높이 올라갔다. 천·천·히...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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