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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4년 4월 16일 (화)부활 제3주간 화요일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모세가 아니라 내 아버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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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93 강헌모 [kanghmo7] 스크랩 2020-09-12

지난 번 기록적인 장마와 홍수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겨운 물난리를 겪는 모습을 TV로 보면서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이번 장맛비로 인해 우리 성당도 여기 저기 피해를 입었습니다. 성당 외벽 페인트가 벗겨지고, 비가 새는 곳도 있었으며, 화단에 있던 흙들이 쓸려가고, 나무들의 가지가 부러지거나 꽃들이 다 꺾이고! 그러나 심한 물난리를 겪고 계신 분들에 비해서는 아무 것도 아닌 듯하여 혼자 속앓이를 하던 차에, 수도회에 들어오기 전에 토목을 전공했고 지금은 수도회 원장으로 있는 후배 신부님이 생각났습니다. 성당의 피해 복구를 위해 이것저것 물어보고자 그 신부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전화를 안 받더니, 두 시간 후에 다시 전화를 하니 받았습니다.

“000 신부님, 안녕. 잘 지내?”

“아, 강 신부님. 여기는 지금 물폭탄이 터져서 난리도 아니에요. 설상가상으로 좀 전까지 동네 주민이 수도원을 찾아와 난리를 쳤구요. 그래서 전화를 못 받았는데, 좀 전에 문제가 다 해결됐어요.”

“그렇게나 비가 많이 왔어?”

“뉴스에서 시간당 300㎜인지 400㎜ 폭우가 내렸다는 지역이 바로 우리 동네예요. 수도원 산책로 근처에는 예전 물이 흘렀던 자국만 있는 작은 물길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물길이 큰 강물이 되었어요.”

“아이고. 형제들은 잘 지내? 수도원 피해는 없어?”

“예, 형제들은 지금 부지런히 피해 복구를 하고 있구요, 수도원 건물은 괜찮아요. 그런데 외부 텃밭이랑, 잘 꾸며놓은 산책로, 얼마 전에 심어놓은 나무들, 암튼 그 모든 것들이 다 빗물에 쓸려갔어요. 문제는 좀 전에 마을 사람들 십여 명이 싸우자고 달려들 듯 찾아왔었어요. 항의를 하러! 사실 우리 수도원은 지대가 조금 높은 편이잖아요. 그런데 바로 아래 지대에 사시는 분들이 우리가 지난번에 배수로 공사를 잘 못했기에 자기네들 큰 피해를 입었다면서 우리더러 책임을 지라는 거예요. 처음에는 무조건 소리를 지르고, 언어폭력으로 위협하고, 암튼 물난리도 힘들었는데 그분들 때문에 더 힘들었죠.”

“그런 일까지 있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니?”

“그런데 수도원 근처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계셔요. 우리 형제들이 평소 할머니 집 앞을 지나갈 때 친절하게 인사를 잘 드리곤 했거든요. 그 할머니도 우리 형제들을 손주처럼 기특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수도원에 와서 소리를 지르니, 그 할머니께서 비를 흠뻑 맞으시면서 수도원에 오신 거예요.”

“홍수로 길이 위험했을 텐데, 할머니께서 직접 수도원에 오셨어?”

“예. 할머니께선 와 주신 것 뿐 아니라, 큰 역할을 해 주고 가셨어요. 사실 마을 사람들이 온 건, 우리의 공사를 탓하면서, 자신들의 집에 물이 찬 것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했던 건데요, 그 할머니께선 오셔서 단 한 마디만 하셨어요. ‘내 90평생 이런 비는 처음 봐, 처음! 그러니 누구를 탓하겠어. 아이고, 살다 살다 이런 비는 정말 처음이야’ 그런데 놀랍게도, 할머니의 말을 듣던 마을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그렇게 다 집으로 돌아가 버렸어요. 그 할머니 아니었으면 지금도 싸우고 있었을 텐데.”

“우와, 감동이다. 평소에 형제들이 주변 어른들에게 잘 했더니, 큰 위기 때 덕 봤네.”

수도회 후배 신부님에게 전화했다가 따뜻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른’의 존재와 그 역할이 어떤 것인지도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말 한마디에 무게감과 큰 울림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바로 ‘어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어른’이라고 하면 그 분의 평생 삶이 어떤지를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문득,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나이 들어 좋은 어른이 되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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