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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4년 4월 26일 (금)부활 제4주간 금요일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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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대림 제3 주일

134562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19-12-14

199910월에 저는 8년간의 보좌신부를 마치고 본당신부가 되었습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작은 성당이었습니다. 보좌신부 때는 몰랐는데 본당신부가 되니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평일미사에는 10명 정도 참석했고, 주일미사에는 100여명 정도 참석했습니다. 주일헌금이 20만 원 정도 나왔습니다. 가난한 흥부의 집에는 자식까지 많았다고 하듯이, 본당에는 공소도 있었습니다. 겨울은 길었고, 눈도 많이 내렸습니다. 그러나 3년 동안 있으면서 재정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천사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양봉하는 교우에게 꿀을 얻어서 몇몇 선배 신부에게 찾아갔습니다. 꿀단지를 드리니, 웃으면서 뭘 도와주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큰 도움은 원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매월 조금씩 도와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신부님들은 매월 도움을 주겠다고 하였고, 3년 동안 본당 운영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되로 주었는데 말로 받는 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25인승 버스가 필요했습니다. 지구장 신부님께서 지구사제회의를 본당에서 하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회의를 준비했고, 맛있는 점심을 대접했습니다. 지구장 신부님께서 점심 값을 내면 좋겠다고 하면서 회의에 참석한 신부님들에게 종이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각자 점심 값을 종이에 적으라고 하였고, 지구장 신부님은 5백만 원을 적겠다고 하였습니다. 점심 값으로 25인승 버스를 마련하였고, 남는 점심 값으로 옆 본당을 도와주었습니다.

 

성당 마당은 넓었고, 학생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도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청년들이 농촌 봉사활동을 오기도 했고, 중고등부 학생들이 캠프를 오기도 했습니다.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비용은 받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신자들이 몰고 온 트럭을 타고 오이, 인삼, 포도밭으로 갔습니다. 학생들은 트럭 타는 걸 참 좋아했습니다. 오후에는 강가에서 수박을 먹고 물놀이를 했습니다. 돈을 받지 않았지만 신부님들은 넉넉하게 후원금을 주고 가셨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살면 주님께서는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자신의 처지와 분수를 모르고 거친 세상과 다투려는 사람입니다. 말의 의미처럼 작은 사마귀가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고 수레 앞에서 싸우려는 것과 같습니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김칫국 먼저 먹는 사람도 이와 비슷합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려는 사람을 말하기도 합니다. ‘당랑거철의 고사는 결국 수레를 모는 사람이 사마귀를 피해서 갔다고 이야기 합니다. 사마귀의 용기를 가상히 여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어쩌면 무모한 것처럼 보이는 당랑거철이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광야에서 회개의 세례를 외친 세례자 요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신 예수님,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 모진 박해를 견디면서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은 모두 거대한 권력에 맞섰던 작은 촛불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의 외침이 있었기에 우리는 재물, 권력, 명예라는 을 벗어버리고 나눔, 희생, 사랑이라는 새로운 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영원한 생명을 꿈 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주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가 회개하고 변화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참고 기다리며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남을 탓하고 심판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고난을 참고 이겨낸 사람들의 본보기로서 하느님께서 보내 주신 예언자들을 생각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것을 털어내고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를 봅니다. 앙상한 가지만 남았습니다. 푸른 잎들은 모두 떨어져 버렸습니다. 만일 나뭇잎들이 떨어지지 않고 가지에 붙어있다면 나무는 긴 겨울을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나무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생존의 지혜를 터득한 것입니다. 긴 겨울을 견딘 나무는 봄이 오면 새로운 잎이 생기고, 여름에 뜨거운 태양을 마음껏 받아들여 열매를 맺고, 나이테 하나를 더 만들어 냅니다.

 

오늘 대림 제 3주일은 자선주일입니다. 자선은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자선은 신앙인이라면 꼭 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나누는 것은 많이 가진 사람만의 몫이 아닙니다. 나누는 것은 많이 배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구원은 특정한 사람만이 받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하느님께 의지하는 사람만이 나눌 수 있고, 그 안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고 그런 사람만이 우리에게 구세주로 오시는 주님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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