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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이야기
세탁소에서 생긴 일 - 양심불량

96818 김학선 [johnmaria91] 스크랩 2020-01-28

세탁소에서 생긴 일 - 나의 양심불량

 

 

 

 

 

지난 주에 한 여자 손님이 거위 털 코트를 세탁소에 들고 왔다.

목이며 소매 그리고 코트 전체가

까만 때가 묻어서 반질반질 윤기가 날 지경이었다.

 

세탁기에 넣기 전 한 20 분 가량

손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솔질을 해야 비로소 원래 꼴을 회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탁기에서 나온 코트는 하얀 빛을 회복했다.

목욕탕에서 갓 나온 것 같은 싱싱한 모습으로 세탁기에서 코트가 나올 때

고단한 노동의 피로는 사라지고 환희의 탄성이 나오기 마련이다.

 

여자 손님은 그저께 코트를 찾으러 왔다.

처음 자신의 코트를 대할 때는 기쁨의 미소가 얼굴에 번지더니

코트를 받고서는 코트의 소매를 걷소 안 쪽을 유심히 살피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표정은 일순간에 표독스럽게 바뀌었다.

 

"안 쪽에는 때가 그대로 있는 거 안 보여요"

 

돋보기의 초점을 맞춘 뒤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나는 어떤 결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 세탁소에서는 무슨 옷이든 소매 안 쪽도

세탁 전 미리 손질을 하는 것이 규칙이기 때문이고

따라서 그 손님의 코트도 예외 없이 잘 손질을 했던 것이다.

 

이럴 때화도 나고 허탈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경제적인 이유뿐 아니라 손님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세탁소 생활을 이어가는 힘이 되는데

이런 경우는 그 반대다.

 

그런데 올 해로 30 년이 되는 세탁소 경력은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혜혹은 꼼수도 늘어가는 것이다.

 

나는 일단 손님을 돌려보냈다.

다시 한 번 잘 들여다 보고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하면서.

 

다른 직원에게도 소매 안을 살펴보라고 했으나

아무런 문제를 찾아내지 못 했다.

 

나는 그 코트를 제 자리에 걸어 두었다.

 

어제 오후 그 손님은 전투적이 태도로

세탁소 문을 밀치고 들어왔다.

 

나는 그녀의 코트를 그녀에게 내 밀었다.

그녀는 다짜고짜 코트의 소매를 들추더니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것 봐요훨씬 나아졌잖아요."

 

아무런 손길을 주지 않아서

어제와 똑 같은 상태의 코트 소매 안을 보면서

그 손님은 자신의 불평 때문에 상태가 더 나아졌다고 확신을 하는 것 같았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돋보기를 쓰지 않고도 문제점을 발견하는

그녀의 싱싱한 두 눈이 문제일까

 

아니면 나의 양심불량이 문제일까

 

만족스럽게 코트를 찾아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행복해지기는 커녕 자꾸만 딸꾹질하는 것처럼

쓴웃음이 나는 건 왜일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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