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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이야기
그녀는 예뻤다

96336 김학선 [johnmaria91] 스크랩 2019-10-30

(오늘은 결혼 37 주년) -4 년 전에 쓴 글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얼굴에 주근깨나 여드름 하나 없이 동그란 사과처럼 예뻤다.
고등학교 첫 해를 마치고 2학년으로 진학하기 전이니 
아마도 1973 2월 어느 날, 그녀는 운명처럼 내 삶의 갈피로 들어왔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그녀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나는 다니던 대방동 성당의 고등학생들의 모임 중 하나인 ‘Cell’의 회장이 되었고 
새로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후배들을 모집하기 위해서 나는 그 운명의 날 아침
막 학생미사가 끝난 성당 마당에 서 있었다
이미 우리 모임에 들어와 있던 후배 남학생 하고 함께였다
한 학년 후배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나에게 후배 남학생은 아주 뛰어난 정보원 역할을 했고
우린 드디어 운명의 순간을 맞았다.

“형, 쟤 찍어!

후배의 목소리는 기회를 놓치면 천추의 한이 될 것처럼 다급했고
마치 강태공의 눈 앞에 월척이라도 나타난 것처럼 살짝 흥분기가 묻어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숫기라곤 없는 나이지만 
기회를 놓쳐서는 아니 되겠기에 미적거리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우리 Cell에 들어오지 않을래요

그녀는

“고등학교에 가서는 아무 활동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면서 살짝 웃었는데 치열 고른 하얀 이가 참 예뻤다.

그렇게 운명인 줄도 모르고 내게 ‘찍힌’ 그녀는 우리 모임에 들어왔고
그 만남이 10 여 년이 지난 뒤에는 정말 운명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로(10 30) 그 운명의 시간이 33년이 되었다.

33년 세월을 우린 참 많이도 지지고 볶으며 살아왔다
우리라고는 했지만 지지고 볶는 주체는 늘 그녀였다
우리 아이들 다섯, 그리고 주변 식구들과 이웃들을 위해 
그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지지고 볶았다
시간이 없고 피곤해도 지지고 볶는 삶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사실’ 지지고 볶’는 행위는 잔치를 준비하는 일이다
전을 지지고 고기와 나물을 볶으며 잔치를 준비하는 삶을 그녀는 지금껏 해오고 있는 것이다
자기 몸이 피곤할지언정 다른 이들에게 기쁨과 설렘을 안겨주기 위해 
그녀는 기꺼운 마음으로 ‘지지고 볶으며’ 살아왔다.

어제도 지지고 볶았다.

부르클린의 바로 옆 건물에 살고 있는 동서와 처제를 저녁 식사에 초대를 한 것이다
사실 결혼 기념일은 오늘 이기에
무슨 일이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더니
한국시간으로 따지면 어제가 바로 ‘그날’이라며 하얗게 웃었다.

33년 동안 그녀는 너무나 많이 지지고 볶아서인지
팔목도 어깨도 아프다고 가끔 투정처럼 내게 말한다
그리고 당연히 그 지지고 볶아서 생기는 혜택을 가장 많이 얻어 누린 건 바로 나다
그러면서도 결혼 기념일을 33 번이나 지나치면서 
20주년인가에 장미 스무 송이를 선물한 것 빼고는 
그녀에게 선물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결혼 기념일의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나’라는 말을 정말 곧이 들어서인지
그녀는 내게 결혼 기념일 선물을 해 달라는 부탁 한 번 없이 33 번의 결혼기념일을 지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엔 처음 만났을 땐 없었던 세월의 주름이 잡혔다.
그렇지만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나와 이웃을 위해 오늘도 설레고 가슴 뛰는 삶을 나눠주는

‘그녀는 (여전히)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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