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이야기
- 숨어 계신 하느님, 기다리시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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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049 이숙희 [srlidia] 스크랩 2020-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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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도대체 왜 숨으실까?
그냥, 나 여기 있다!
하시면 안 될까?
예전에
넘 이쁜 조카딸 하나가
태어 나서
내 삶을 기쁘게 했었다
넘 예민하고
넘 똘똘하고
도대체
갓난 아기가 왜 그리
눈치가 말간겨?
하루는
집 근처를 데리고 다니다가
몰래 숨어 보았다
도대체
혹처럼 붙어 있던 고모가
눈에 안 보이면
어떻게 할까?
이 쪼끄만 세 살이...
이 귀퉁이 저 구석
난리도 아니었다
눈이 휘둥그래져서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아이의 신뢰였다
고모가 잠깐 안 보여도
도망간 거
아니라는 거
알아야 했다
넘 붙어 다녀서...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을 닮아
어른스럽기 원하신다
이웃을 챙길 줄 알고
내 안의 욕심
이기심 질투심
명예욕 권력욕
물욕...
다
투명하게 들여다 볼 줄 알기 원하신다
예수님 말씀에
덧칠 안하기
슬쩍 비틀어
내 맘에 드는 딴 소리
하지 않기
교회가
내 것 아니고
하느님 것인 거 인정하기
그래서
순명해야 할 누군가를
늘 머리 위에
얹고 살기...
이럴 줄 알기를 원하신다
숨은 하느님 언제 나타나냐고?
내가
이 모든 죄를 깨달아 알고
드디어
하느님 앞에 부복해서
다 털어 놓고
항복할 때
피눈물로
내 존재를 당신 앞에
쏟아 놓을 때
하느님은
그 치유의 성유로
찢긴 내 마음을
내 영혼의 쓰라림을
위축된 근육을 푸느라
부어 오른 내 종아리 근육에 바른
아스피린 분말처럼
가라 앉혀 주시러
오실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