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 토마스 사도 축일 '24/07/03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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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6-21 ㅣ No.5805

성 토마스 사도 축일 '24/07/03 수요일

 

오늘 토마 사도의 축일에, 복음에 나오는 토마의 불신앙, 아니 눈에 보이는 것과 경험한 것을 믿고 그 외의 것은 믿지 못하는 확실한 의심을 바라보며, 그동안의 제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줄로만 알았던 순간들을 재해석 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미사를 드리기 위해 정성을 모으는 것도

말씀을 전하기 위해 정신을 세우는 것도

성사를 집전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것도

주님 사랑 안에 머물기 위해 성령을 갈망하는 것도

이렇게 기도문을 쓰는 것도

성가를 힘차게 부르는 것도

다 제가 하는 줄 알았습니다.

 

저의 나날과 매 순간

때에 따라

기회와 장소에 따라

저와 함께하는 사람들에 따라

제가 마주하는 사람들에 따라

적절히 안배하시고

긴 안목으로 기다리시고 인도하시며

조금씩 점차로 이루어나가시며

사랑을 쏟아 부으시고

온갖 은총을 베풀어 주신

결과이며 섭리의 한 과정이라는 것을

이제야 어렴풋이 되새겨 봅니다.

 

그저 제가 아침 일찍 일어나

주님 앞에 나아와

앉아 있기만 하면

주님께서는 제 머리 속에

주님의 뜻을 떠올려 주셨고

저는 그 뜻을 옮기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아침 미사만 없으면

하루 종일 잠속에 빠져 있기만 하는 저를

아침 마다 일으켜 주시어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돌려드리게 허락하시고

다 마련해 주셨습니다.

 

주님 말씀의 뜻을 깨우치기 위해

머리가 깨지도록 몰두할 때마다

성령을 보내주시어

말씀 속에서 흘러넘치는

주님의 거룩한 사랑과 구원의 뜻을

제 아둔한 머릿속에

떠올려주시고 펼쳐주셨습니다.

 

그저 제가 고백소에 들어가 앉아 있기만 하면

주님께서는 제게 죄인들의 마음과 사정을

헤아릴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과

주님 대신에 죄를 들으며 사해주는

그야말로 인간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분에 넘친 권한을

교회를 통해 안겨주시고

수행하게 해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동안

제 몸을 흔들어 일깨우시며

제 정신을 세우시고

제 영혼을 집중시켜

주님께

간절하고도 처절하게

제 마음을 들어 올리도록

준비시켜주시고

봉헌하게 해주셨습니다.

 

오늘에서야

주 예수님께서 제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되새기고

주님께 감히 찬미와 은총을 돌려드리는

나약하고 부당한 죄인인 저를

더 큰 은총과 사랑으로

용서해주시고 불러주시어,

제가

주님께 매달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하며

주님 앞에 다다르도록,

저를

준비시켜주시고 불러주심에 감읍하옵나이다.

 

주님,

이 모든 것이 주님께서 베풀어주시고 마련해주신

과정 중에 있음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여

제 주제를 알지 못하는 메마르고 목마른 제 영혼을

성령으로 휘감아

주님 구원의 말씀과

성체성사로 적셔주시고 채워주시어

다시 주님을 찬미하고

주님께서 교회를 통해

제게 맡겨주신 신자들과 함께

주님께 다다르게 하소서.

아멘.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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