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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를 했던 민애가-소식지11호,수선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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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혜 [soosunh] 쪽지 캡슐

2005-07-18 ㅣ No.421

 

* 방화를 했던 민애가 성실한 봉사자가 되어서 - *


어느 날 민애가 ‘나는 여름에 티셔츠 세개면 족해요.’ 라고 하길래 ’  ‘두개면 되지 뭐 세개나 있어?'  "참, 원장님도, 장마철이 있잖아요?’  -    민애는 적게 가질 수록 삶이 단순해지고 수월해진다는 진리를 살고 있다.  입지도 않는 옷들이 잔뜩 걸려있는 내 장롱, 그러면서 해마다 입을 것이 없다고 나는 투덜댄다.

     

4년전 어느 시설에서 청소, 파출부 일을 해서 모은 저축한 돈으로 700만원 짜리 연립지하방을 얻어 권유퇴소를 당한 민애(45세)씨는 어릴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라왔다. 시설을 전전하다가 어렵사리 독립을 해서 살려고 했으나, ‘무서운 고독’과 평생 살 줄 알고 믿었던 시설에 대한 배신감으로 혼자서 분노를 삭이지 못하던 차에, 살고 있는 집에 불을 지르고 그속에서 타 죽을려고 했던 것이다. 집안과 입었던 바지만 새카맣게 타고 연기가 나니, 온 동네사람들이 몰려오고, 소방관이 오고 민애는 ‘방화범’으로 경찰에 불려갔다. 다시 청량리 정신병원에서 1년간 치료를 받은 후, 현재 수선화의 집에서 1년째 생활을 잘하고 있다.  월급도 없는 주방보조를 내살림처럼 아끼며 봉사를 하고, 아직도 우편물이 오면, 법원에서 소환장이 왔는가 싶어 놀라기도 한다.


혼자 지하방에서 천정만 보고 살자니 오죽 했겠습니까.  ‘방화’를 했다는 말만 들어도 사람들은 놀라면서 피합니다.  3년전의 민애는 소풍을 가도 혼자 돌아다니고, 아무하고도 말을 잘하지 않았는데 요즈음은 비디오 영화도 좋아하고, 함께 이야기도 잘하고, 반찬도 아껴서 먹자고 합니다. 이런 ‘어른고아’들이 한가족처럼 모여사는 곳이 수선화의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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