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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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1999-06-06 ㅣ No.183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가해, 1999. 6. 6)

                                              제1독서 : 신명 8, 2-3. 14b-16a.

                                              제2독서 : 1고린 10, 16 - 17

                                              복   음 : 요한 6, 51 - 58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벌써 여름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워진 날씨입니다.  온도가 올라가는 여름이 되면 땀을 많이 흘리는 저는 여름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제가 땀흘리는 것을 보면서 안쓰러워하시는 여러분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질 뿐입니다.

  사제관이나 성당에 조용히 앉아 있으면 창을 타고 들려오는 소리들이 많습니다.  장난감 총소리, 학교 운동장에서 떠들며 신나하는 아이들 소리, 어린 아기 우는 소리, 자동차 소리, 전화벨 소리, 동네를 다니면서 무엇인가를 사라고 외치는 소리, 구청에서 알리는 가두 안내 방송 소리, 아이들을 야단치는 어른 소리, 신경질이 나서 화를 내며 싸우는 소리 등등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모두가 나름대로 살아가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누가 왜 사느냐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느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 답하시겠습니까?  분명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나름대로의 삶의 목표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자신의 삶을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어느 방송국의 프로그램중 "칭찬합시다"라는 프로그램를 보면 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또 뇌사의 환자가 자신의 장기를 다른 이들에게 줌으로써 여러 사람에게 새로운 생명, 삶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남의 일이며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까이 우리 생활 안에서 보면 우리의 부모님들께서도 당신들의 삶 안에서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너무도 많은 노력과 희생을 하고 있습니다.  성당에서 봉사하는 분들, 학교에서 가르치시는 선생님들,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모든 분들이 자신들을 희생하면서 지내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나름대로 희생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살기 위해 우리는 먹어야 합니다.  우리는 먹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음식은 우리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사람이 존재하는 한 필수적 요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하시기 위해 음식을 선택하셨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언제나 와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당신을 우리의 일상의 음식인 빵으로 포도주로 우리에게 나누어주십니다.

  오늘 요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며, 당신을 먹고 마시는 사람은 당신 안에 살고 당신도 그 사람 안에서 산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미사 중에 바로 예수님께서 주시는 하늘의 빵인 예수님의 몸을 영하는 것이며, 예수님의 몸을 받아 먹음으로써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합니다.  성체는 그리스도 자신입니다.  성체 안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음식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불량식품처럼 우리의 몸을 병들게 하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 있습니다.  이런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많은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 제1독서인 신명기 저자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굶주림과 기근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고통과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고 하면서 이 모든 고통에는 인간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하느님의 뜻이 담겨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굶주린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늘에서 내린 만나를 먹고 배불렀습니다.  만나는 단순한 음식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먹고산다고 다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삶의 의미를 가져야 하며 그 의미를 갖기 위해 희생하여야 합니다.

 

  오늘 제2독서인 고린토 전서는 성체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시 고린토에는 우상숭배가 성행하였고 이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삶의 가치의 혼란을 갖게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상숭배에 참여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면서 우상숭배에 사용되었던 제물은 결코 먹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이는 우상이 신적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인간이 더렵혀지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러면서 바오로 사도는 성체와의 일치를 강조합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을 통해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확인하며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성체 성사는 잔치요, 제사이며, 그리스도의 현존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마련해주신 성체 성사에 대해 어떤 마음과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봐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미사에 오면 버릇처럼 성체를 영하여 의미 없게 지내고 있지는 않습니까?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성체 성사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을 주셨듯이 우리는 우리를 위해 희생하는 이들의 삶을 본받으며 그 뜻을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  남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고생스럽기도 하고 좌절을 가져오기도 하겠지만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나누며 희생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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