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대화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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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옥 [mqwert] 쪽지 캡슐

2000-05-02 ㅣ No.533

  신앙의 고향

 

대화성당..

강원도 깊은 산골의 아주 작은 성당..

그곳은 이제 기적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성전과

팬풀륫을 연주하시는 부시맨신부님으로 인해 유명한 순례지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게는 또다른 커다란 의미가 와닿는 곳이기도 하지요

바로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의 고향이며

아버지께서 받으신 신앙의 유산을 우리 5남매에게도 물려주신,

즉, 나의 신앙의 고향이기도 한 곳입니다

가난한 살림과 병고로, 척박한 대화땅을 떠나 원주로 이주하신 조부모님, 부모님

그리고 친척어른들이 들려 주시는 말씀중에는 항상 대화성당(어쩌면 대화공소였을지도..)

이 등장하곤 하였습니다.

그러기에 교회신문에 대화성전건립을 위한 호소나 우리 본당을 찾아오셨던

부시맨신부님을 뵈었을  때, 얼마나 남다른 감회를 느꼈는지 모릅니다

그후로 들려오는 성전건립의 기적같은 이야기에 진정 살아계시는 하느님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며 언젠가 대화성당을 찾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오늘 우연찮은 기회에 이 성당에 오게 되었고

미사참례까지 하는 특은을 입었습니다

단단한 철판을 마치 종이 자르듯 정교하게 십자가 모양으로 붙여 만든

성당문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성스레 쌓은 벽돌담장, 그리고 성당지붕위에 4복음서를 상징하는 십자가... 극히 절제된 모습의 성모상, 성수대...

이미 성당마당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아...이럴 수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성당안으로  들어서면..

도자기를 구워 다시 재구성한 모자이크벽면과 검은돌에 조각된 십자가상..십사처..

붉은 대리석의 감실, 제대, 독서대...

은은한 스테인드 글라스...

예술을 통한 하느님의 찬미가 거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성당안에서

누구라도 한참동안은 감동에 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기에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성당 정면에는 여늬 성당과는 달리 십자가상이 비켜있고

예수님의 빈무덤이 바라 보이지요..

그 움푹한 공간은 찬란한 하모니로 정신을 빼앗긴 우리 마음을

그렇게 비워보라고 암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 성당은 이렇게 잠시 둘러보는 것으로는

곳곳에 배어있는 주님의 섭리를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앞으로 두고두고 언제라도 또다시 이 성당에 들려

검은돌에 새겨진 예수님의 미소와 골고타언덕에서 마지막 순간에 구원받는 우도의 십자가..

그 우도의 십자가밑에 마련된 고해실..

이 모두를 차근히 묵상해 보리라는 희망을 마음에 간직하였습니다

미사전 손수 밝히셨던 촛불을 겸손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끄시던 신부님의 모습은

이 아름다운 성전을 주님께 봉헌한 밑거름이였음을 느꼈고

내게 이토록 좋으신 주님을 유산으로 남겨주신 부모님께 다시 깊은 감사를 드리며

성당문을 나섰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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