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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 15 아름다운 쉼터(기회는 한 번 더(김남훈, ‘청춘 매뉴얼 제작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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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1-02-15 ㅣ No.610

기회는 한 번 더(김남훈, ‘청춘 매뉴얼 제작소’ 중에서)

2010년, 내 프로레슬링 경력에 큰 사건이 일어났다. 일본에서 데뷔전을 치른 것이다. 경기 상대는 베테랑 파이터 쇼지 아키라였다. 데뷔전 상대로는 다소 벅찬 듯했지만, 내가 가진 기량을 모두 보여 주고 싶었다.

내가 입장하기 전 소개 비디오가 전광판에 상영됐다. 오랜만에 등장하는 악역 한국인 레슬러, 그러면서 일본 선수를 도발하는 아주 이례적인 캐릭터로, 관중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경기가 시작된 지 20여 분 후 링 바닥을 양손으로 몇 번 내리치고 대기실로 돌아오는데 눈물이 왈칵 났다. 승패를 떠나서 경기 내용이 대실패였다. 낙법도 제대로 못했고 기술도 실패했다. 주도권을 내준 채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줄창 얻어맞고 내려온 게 전부였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팬들과 어우러져 같이 건배하는 자리에서 나는 겸연쩍어 벽 쪽에 붙어 서 있었다. 그때 저쪽에서 어떤 40대 남성이 나를 알아보는 척하더니 곁에 와서 술을 따라주었다.

“곤도 츠요이 김상오 미타이데스(다음에는 강한 김남훈을 보고 싶습니다).”

호텔로 돌아오면서 계속 되뇌었다. 강한 김남훈. 아마 그도 내 경기를 보고 실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나에게 좀 더 힘을 내라고 그런 말을 했던 것은 아닐까?

지난 세월,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꽤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중엔 어이없는 것도 있고 꽤 심각한 것도 있었지만 항상 누군가 나에게 기회를 줬던 것 같다. 그 기회는 그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누군가의 기대와 응원을 받는 것, 그것이 바로 ‘기회는 한 번 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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