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로미오] 이주일 참웃음 줄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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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1999-11-30 ㅣ No.1051

 

 

 

 

 

 

 미국 역대 대통령중 가장 못생긴 대통령은 단연 에이브러험 링컨이었다.

 

 링컨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전 유권자인 한 여성으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나는  링컨을 지지한다. 그러나 용모에 대해 호감을 갖는 여성들은  거의

없다.  만일 위스커(Whisker, 구렛나루와 턱까지 기른 것으로 링컨이  훗날

기른 수염)를 기른다면 여성들이 몰표를 줄 것"이라는 것이 편지의  주요내

용이었다.

 

 즉각  수염을 기른 링컨은 폭 패인 볼이 수염으로 커버됨에 따라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져 대통령에 당선되는 기쁨도 누린다. 잘생김과 못생김의  차이

는 있겠지만 얼굴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가를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가지고 우리앞에 나타난 코미디 황제  이

주일. 그가 수염을 기른 이유는 7대독자 외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해  청천

병력의 충격을 받아 자포자기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91년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도 수염을 깎지 않고 나섰던 그는  나이

많은 유권자들의 요구에 따라 당선후 공약으로 수염을 깨끗이 깎았다. 말끔

해졌지만  그의 못생긴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자 유권자들은 과거의  모습이

훨씬 좋으니 다시 수염을 기르라고 해 그의 전매특허가 된 비어드(Beard,턱

수염)와 함께 머스타시(Moustache, 콧수염)를 기르게 된 것이다. 결국 못생

긴  이주일은 수염을 세련되게 기르고 나아보일 정도가 아니라 꽤나 멋있어

보이는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인생의 연륜을 그대로 말해주는 듯한 희끗희끗한 수염은 못생긴 볼을 커버

했고 굵은 뿔테 안경과 중절모는 울퉁불퉁한 미간과 대머리를 가렸다. 여기

에 인생의 황혼을 의미하는 가을의 파스텔 톤으로 갖춘 복장은 단연 압권이

다.  인생의 요철을 극복해온 그의 모습이 `멋있다’라는 형용사로 승화되고

있었다.

 

 흔히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에 대해 논할 수 없다’

고 한다. 코미디에서도 이같은 말은 그대로 적용된다. `울어본 사람만이 진

정한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 마음속에서 뭉클 뭉클 솟아오

르는  이른바 페이소스가 있는 웃음은 바로 세찬 시련을 통해 고통을  알고

또  그 고통을 이기느라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에게서는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실 이주일만큼 울어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시절 혐오감을 느낄 정도로 못

생겨  언제나 칭찬보다는 핀잔, 양지보다는 음지, 행복보다는 불행, 웃음보

다는 울음속에서 살아왔다.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난 그는 당시 대부분의 어

린이들이  그랬듯 먹거리가 없어 못먹었고 놀거리가 없어 잘 놀지도 못하고

지냈다. 춘천으로 이사와 춘천고에 입학한 그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가

난  때문이었을까. 잘먹고 구김살 없이 자라는 친구들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성격까지 비뚤어진 그는 하루에도 몇차례 싸움을 할 정도로  불만

덩어리였다.

 

 축구감독 박종환과 친하게 된 것도 그도 자신처럼 가난했고 성격 또한  불

같아 서로 의기가 투합됐기 때문이었다. 미군부대앞에서 `쵸코렛 기브미’도

해보았고  잘먹고 잘사는 아이들의 것을 빼앗아 먹기도 했다. 군에  입대한

그는 과거에 희극을 했다고 속이고 문선대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코미디  수

업을 쌓는다.

 

 62년 동갑인 제화자씨와 결혼한 그는 그때부터 방송에 출연하기  시작하는

79년까지 무려 17년을 가정도 돌보지도 않았고 자신도 잘 먹지도 못하고 지

내야 했다.

 

 그는 "그때 내 아내의 고생을 생각하면…"하고 눈시울을 붉힌다.

 

 그는 못생겨 생긴 수많은 애피소드가 있다. 그중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

는  것이 있다. 지방 공연 보조사회자로 나선 이주일은 메인사회자가  잠깐

자리를 비우자 당시 유명가수를 소개했다.

 

 그러나 이 가수는 나오지 않는다. 못생기고 인기도 없는 사회자의  소개로

는  무대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극장의 소요가 일자 단장에게 불려간

이주일은  흠씬 얻어 터진 뒤 그 자리에서 쫓겨나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다.

 

 때맞추어 벌어지던 대간첩작전 검문에 걸린 그는 못생기고 특이한  복장으

로 인해 간첩으로 몰려 경북 김천경찰서에 붙잡혀 들어가 모진 매를 맞기도

한다.

 

 `무명이지만 무진장 웃긴다’라는 말이 돌기 시작한 78년 MBC TV의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그를 녹화했지만 녹화 테이프를 본 윗사

람들이 "저런 얼굴을 내보내면 혐오감을 느껴 채널을 돌리는 것은 물론이고

항의전화까지 올 것"이라며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다.

 

 TV에 나온다며 친지들은 물론이고 가족들과 함께 TV 앞에 앉아 있었던  그

는 또다시 좌절의 눈물을 감춘다. 기다리기를 다시 1년. 지금은 언론  통폐

합으로 없어진 TBC TV의 `전원출발’에 출연한 이주일을 본 시청자들은 모두

배꼽을 빼는 일이 벌어진다.

 

 `전원출발’이 두번째 방송을 할때는 이주일은 코미디의 왕자였다.

 

 그 순간부터 `불행끝, 행복 시작’이었다. 그의 이름처럼 단 이주일만에 벼

락출세를 한 그는 수많은 유행어도 만들어 낸다.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일

단  한번 와보시라니깐요’ `따지냐’ `콩나물 팍팍 무쳤냐’ 등은 상당히  긴

기간 회자되는 유행어들이다.

 

 지난 91년 경기도 구리시에서 제14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4년간 의정활동을

한 그는 "정치도 코미디"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무대에 선다. 자신의  이름

을  딴 SBS TV의 `이주일 투나잇 쇼’를 100회 동안 하고 다시 방송을  떠난

그가 2년여 만에 돌아왔다.

 

 자신의 코미디 인생을 결산하는 `코미디 황제 이주일 울고 웃긴 30년’이라

는 테마를 가지고 팬들앞에 섰다.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치는 그는 30년의 희로애락을 여과없이 팬들에게 보여줄 참이다. 그는 이

번 공연이 끝난 뒤에는 22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할 예정이며 미국의 로스

앤젤리스와 샌프란시스코, 뉴욕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 마지막날인 12월 1일 이주일의 생일에는 후배 개그맨 300

명이 정장차림으로 무대위에 올라와 대형케이크를 자르며 코미디 황제 이주

일의 업적을 기린단다.

 

 -오랫만에 무대에 서는데 혹시 떨리지 않는가. 그리고 감회도 함께  말해

달라.

 

 ▲요즘은 첫방송을 할때처럼 설레고 무척이나 떨린다. 입술이  부르트도록

연습을  하는 것도 너무나 떨리기 때문이다. 나는 30년이 흐른 것을 느끼지

못했다.  요즘 방송국에서 내가 무명인 시절 안 사람들은 중역이거나  모두

은퇴를 했다고 한다. 다시한번 인생무상을 느낀다.

 

 -이번 30년 결산무대에서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데 어떤 식으로 꾸몄는가.

 

 ▲30년을 4막으로 정리했다. 첫번째는 고생한 부분을 조명했고 다음이  스

타가 되고나서이다. 세번째는 정치활동 그리고 마지막이 7대독자 외아들 때

문에  좌절하고 수염을 기르기 까지를 엮었다. 60년대 극장 모습과  요즘의

화려함도 함께 볼 수 있다.

 

 -혹시 얼굴을 성형수술을 할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가.

 

 ▲지난 77년 이리역 폭발사건때 다쳐 병원에 입원했는데 당시 뭐든지 공짜

라고 해 담당의사에게 좀 잘생기게 해달라고 했더니 그 얼굴이 더 좋을  것

이라고 해 고치지 않았다. 그 의사가 참으로 은인같다.

 

 -코미디언으로는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처음으로 오르는데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가.

 

 ▲지난 81년 대관신청을 냈는데 된다, 안된다 소식이 없었다. 아주 무시해

버린  것이다. 재차 신청을 했더니 `곤란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85년

에는  카퍼필드 마술도 했는데 이주일은 왜 안되느냐고 다시 신청을 했더니

`아무나 서는 무대가 아니라’며 또 거부당했다. 지난 5월 다시 대관 신청을

냈더니 이미 조용필 하춘화 패티김 이미자 등 대중 예술인들이 했기 때문인

지 대관해 주었다. 결국 3전 4기인 셈이다.

 

 -이주일 쇼를 100회하고 방송을 떠났는데 그동안 무엇을 하며 지냈는가.

 

 ▲사실 방송을 떠난 것은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토크 쇼는 한계가 오

게 마련이다. 때문에 나 자신을 다듬기 위해 떠났다. 지난 2년여 동안 가족

들에  대한 봉사를 했다. 지방유랑극단시절에는 없어서, 유명해지고 나서는

바빠서, 국회의원때는 더 바빠서 가족들과 좀처럼 지내지를 못했다. 가족과

함께 낚시도 하고 등산도 하면서 보내니 너무나 행복했다.

 

 -춥고 배고픔, 못생겼기 때문에 벌어진 갖가지 시련, 그리고 코미디 정상

에 서고 국회의원이 됐던 인생역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떤 누구의 삶도 평탄치 않다. 나는 가난해 먹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외

면 당한  것들이 지금 사는데 큰 힘이 된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잘살아

왔다’이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앞으로도 `잘 살거다’이다.

 

 -어떤 코미디언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과거를 가진 연기자가 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슬픔과 외로움을 아는 사

람이  페이소스가 있는 코미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팬들에게 부담없이 만만하게 보이는 것이 우선이다.

 

 -그동안 이주일 코미디하면 저질 시비가 잇따랐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로 성적인, 이른바 야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어 그런 시비가 나온 것으

로 안다. 내면으로는 그리우면서도 외면으로는 점잖은 사람들도 상당히  많

을  것으로 안다. 코미디는 메시지를 주는 것보다는 척박한 땅에  쏟아지는

단비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코미디를 통해 스트레

스가  해소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저질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를  더

좋아한다.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등 유행어가 공경체인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내가 방송 데뷔를 한 시기는 잘난체하고 사는 세상이었다. 나를  비하하

고 키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공경체를 써본 것이다.

 

 -아줌마 아저씨는 웃겨도 요즘 젊은이들은 못웃긴다는 말이 있는데.

 

 ▲코미디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내가 코미디 할 때는 내가 가장 어

울렸고 요즘은 후배들이 하는 것이 우스운 것이다. 때문에 요즘은 후배들에

게 배우러 다니기도 한다.

 

 -정계은퇴를 했는데 다시 국회의원에 출마를 하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여건이  좋아지면 못할 것도 없다. 대중예술인도 자신의 것을  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중예술인의 정치활동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

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술이 상당히 세다고 하는데 주량은 어느정도인가.

 

 ▲과거에는  조용필과 함께 소주를 한짝(30병)도 먹은 적이 있다.  요즘은

소주 5명정도면 OK다.

 

 -이렇다할 스캔들이 없었는데.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내가 못생겼다고 했고 또 내 아내가 최고라고

했기 때문이다. 틈과 기회가 없었다.

 

 -하고 싶은 직업이 있다면.

 

 ▲축구선수다. 골을 넣고 팬들의 환호를 들으면서 달리는 것이 나의  꿈이

다.

 

 [신상돈 편집국 부국장]

 

 ◇이주일 신상명세.

 

 본명=정주일

 생년월일=1940년 10월 24일(음력으로) 강원도 고성에서 출생. 공연  마지

막 날인 12월 1일이 정주일의 60회 생일이다.

 강원도 사천면 운양초등학교-강릉사범 병설중-춘천고

 60년 문선대에서 코미디 시작

 79년 TBC `전원 출발’로 방송 데뷔

 95년 SBS `이주일 투나잇 쇼’를 시작해 100회 공연

 91년 제14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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