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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상이에게... 성탄절이야기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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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수 [piazzang] 쪽지 캡슐

1999-12-07 ㅣ No.570

조회수가 점점 주는군요. 그만 올릴까 하다가 고정 팬들을 위해 계속 올립니다.

이번 이야기는 네 번째 동방박사에 관한 이야기인데 전에 라이문도 신부님이 해주신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번엔 세 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네 번째 동방 박사 - 1

 

  네 번째 동방 박사가 있었다는 사실은 너도 몰랐겠지? 그렇지만 틀림없이 있었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방 박사가 가스파르, 발타자르, 멜키오르 이렇게 세 명밖에 없다고 알고 있지. 그렇지만 성서에는 실제로 그들이 몇 명이나 있었는지 그리고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전혀 적혀 있지 않단다. 그러니까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네 번째 동방 박사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거지.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것을 원하고 있거든, 안 그래?

  나는 세 박사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단다.  그렇지만 네 번째 박사에 대해서는 매우 관심이 많아. 네 번째 박사 이름은 마크란다. 하지만 사실 그는 처음부터 박사는 아니었어. 실제로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마크는 겨우 8살이었고, 동방 박사들이 타고 다니는 낙타들을 돌보는 아이였단다. 마크도 조그마한 낙타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아직 너무 어려서 험프(낙타 등의 혹)도 자라지 않은 상태였단다. 그래서 낙타의 이름은 험프리였지.

  마크는 그 당시 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어. 길에 버려져서 다 죽어 가는 벙어리 아기를 동방 박사들이 주워다가 키웠는데, 그 아기가 바로 마크였단다. 마크는 들을 수는 있지만 말은 전혀 할 수 없었지.

  박사들은 마크를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여행하는 곳마다 데리고 다니면서 그들이 지닌 지식을 나눠 주었단다. 그 대신 마크는 박사들을 위하여 낙타들을 보살피구, 천막 치는 일을 돕구, 음식을 요리하구, 박사들의 물건을 챙기는 일을 도맡았지.

 

  어느 날 밤이었어. 동방 박사 세 사람과 마크는 성스러운 도시 예루살렘의 외곽 산 위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둘러앉아 있었지. 그들은 핫 초콜릿을 마시며,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단다.

  마크는 두터운 털담요를 몸에 감은 채, 포근하고 안락한 기분으로 박사들이 최근의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었지. 세 박사는 앞으로의 여행 일정을 놓고 왜나 심각하게 토론하고 있는 듯했어. 마크는 박사들이 새로 태어난 왕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

  마크는 며칠 동안 계속 따라온 하늘의 거대한 별을 쳐다보았어. 박사들은 그 별이 아기왕이 태어난 장소로 그들을 인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단다. 그리고 박사들은 자신들이 그 아기를 위해 아주 귀한 생일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어. 박사들은 그것을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라고 했단다. 마크로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이었지.

  마크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어. 박사들은 마크가 무슨 말인지 이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박사 중의 한 사람이 「질문 있니, 마크?」라고 물어 보았단다.

  그리고 박사들은 마크에게 황금은 온 세상에 대한 아기의 왕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지. 왜냐하면 모든 나라의 왕들은 황금으로 만든 물건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유향은 향수처럼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인데, 아기가 나중에 자라서 죽으면 몸에 발라 주기 위한 거라고 설명해 주었단다. 또 몰약은 아이들이 무릎이 까져서 들어오면 엄마가 발라주는 연고같은 것인데, 그것은 아기가 사람의 생명을 치유할 것이라는 사실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단다.

  그 마지막 설명에 마크는 눈이 번쩍 띄었던가 봐. 그는 손가락으로 자기 목을 가리키며 머리를 저어 보였단다. 그는 여행하는 도중에 많은 의사들을 만나 보았지만, 아무도 말을 하도록 해주지는 못했지. 박사들은 미소를 지으며 그 아기도 마크의 목을 고쳐 주지는 못할 거라고 말했단다.

  그러자 마크는 몹시 실망해서 슬픈 표정을 지었어. 그는 박사들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기 좋아했고, 언젠가는 박사들이 자기에게 가르쳐 준 많은 지식을 나신의 입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 줄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었던 거야.

  박사들은 마크의 컵에 핫 초콜릿을 다시 채워 주며, 그의 임무는 남은 여행 동안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잘 간수하는 것이라고 일러주었지. 그제서야 마크는 자신이 매우 가치 있는 일을 맡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미소를 지었단다. 그는 선물들을 아주 조심해서 잘 간수해야겠다고 속으로 맹세했지.

  동방 박사들은 별을 따라 베들레헴의 작은 마을을 향해 밤새도록 여행을 했단다. 마크도 아기에게 줄 선물들을 험프리의 등에 싣고 밤새 걸었지. 아침이 되면 모닥불을 피우고 천막을 친 다음 야영에 들어갔단다. 낮이 되면 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 지친 마크는 언제나 가장 먼저 잠에 골아 떨어지곤 했단다. 그 대신 밤이 되면 마크가 가장 먼저 일어났지.

  그런데 어느 날 잠에서 깬 마크는 눈앞에서 벌어진 장면을 보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단다. 장승같은 두 거인이 눈앞에 떡 버티고 서 있지 않겠니? 한 거인은 커다란 칼을 마크의 목에 겨누고 있었구 다른 거인은 마크의 등짐을 뒤지고 있었어. 그 거인이 등짐 속에서 막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 든 꾸러미를 꺼내지 뭐니! 박사들에게 소리를 지르려고 해도목소리가 나와야 말이지. 도둑들은 마크가 벙어리라는 것을 알고는 악마 처럼 히죽 웃었어. 그들은 마크의 손과 발을 꽁꽁 묶은 뒤 박사들이 깨어나기 전에 달아나 버렸단다.

   마크는 박사들이 잠에서 깨어나도록 고함을 지르지 못한 것이 너무나 화가 나서 눈물만 줄줄 흘렸단다. 박사들이 일어나면 얼마나 실망할까 생각하니 너무너무 비참한 기분이 들었던거지. 아기왕에게 바칠 귀한 선물들을 도둑맞았으니, 박사들이 그를 얼마나 책망하겠니? 더군다나 말을 못하는 벙어리인지라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할 길도 없으니 정말 죽고 싶은 심정 이었겠지.

  순간, 마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단다. 마크는 이로 등짐을 물고 속에 든 것을 땅바닥에다 쏟았지. 그 안에는 칼도 하나 들어 있었단다. 마크는 칼을 입에 물고는 손에 묶인 밧줄을 끊기 시작했어. 손을 묶은 밧줄이 끊어지자 그는 발을 묶은 밧줄도 잘라 버리고는 험프리 등에 올라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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