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RE:240]누구 들으라고 한 소리 아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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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근 [bosco99] 쪽지 캡슐

2000-01-19 ㅣ No.241

사제로 살다 보면(물론 신부가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신부 기 죽이는 신자들을 보게 됩니다.

 

어떤 신자는

"신부님, 제가 9일 기도를 하다가 하루 빼먹었어요. 어떻게 하면 좋지요?"

라고 묻습니다.

 

 그래서, 저는

"9일 정도니까 다시 시작하시지요."

라고 쉽게 얘기합니다.

 

그러면, 그 신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9일 기도가 9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9일 기도로 청원의 기도를 3번 하고, 다시 감사의 기도로 9일 기도를 3번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54일간 하는 기도입니다. 묵주 기도를 그렇게 54일간 하는 것입니다. 한 지향을 가지고요."

 

옴마, 기죽어.

제 생활을 반성해 보면, '내가 어떤 한 가지 지향을 가지고 54일간이나 기도해 본 적이 있나?'라는 물음에 ...... 할 말이 없군요.

 

54일 기도를 하다가 52일 쯤에 한 번 기도를 빼먹은 신자분들이 더러 위와 같은 질문을 합니다.

 

사정을 알게되면, 저는 이렇게 말하죠.

"54일간 지극 정성으로 기도할 지향을 가지고 계셨으니까 인간적으로 부족한 부분, 내가 빼먹은 부분, 더러 실수한 부분은 모두 하느님께서 채워 주십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죠. 인류 역사상 완벽한 사람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뭔가 열심히 일 하려고 하면, 꼭 일이 꼬이게 마련입니다. , "호사다마"라고 (문자 썼어. . ) 좋은 지향으로 어떤 일을 추진할 때에는 더러븐 뭔가가 껴들기도 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런 것들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잘 해 보려고 하면, 늘 그렇습니다.

 

제가 만나는 대부분의 신자들은 대체로 "신부 기죽이는 신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되고, 솔직히 "신앙"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나보다 한 수 위인 분들이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제가 외치는 짧은 비명 - "옴마, 기죽어."

 

우리 청년들 중에도 신부로 살아가는 제가 기죽어 살게 할 만큼 열심한 신앙을 가진 분들이 참 많습니다.

수경님도 그런 분들 중에 한 사람이기때문에 제가 참 많이 배웁니다.

 

나름대로, 활동을 하다보면 회의도 생기고, 힘든 일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신앙이라는, 예수님 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동지"라는 것을 알기에 우리들 사이에는 "기쁨""보람"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자신을 반성하고, 자아성찰의 기회를 계속해서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주 단순한 것에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시고, 정의와 진리를 위해 몸바치는 투사로 평생을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으라챠.

 

P.S. 참고로 그날 강론은 수경님 들으라고 한 소리 아냐요.

아주 오래 전에 강론 재료로 가지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화요일 복음과 어느 정도 연결도 되고 해서.......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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