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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신부님의 푸념(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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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2-12-14 ㅣ No.800

  <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

                 어느 시골 장터를 할머니가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계속 같이 가 처녀, 같이 가 처녀라고 소리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처음엔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계속 소리가 들리기에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한 남자가 서서 소리를 치고 있었습니다. “갈치가 천원, 갈치가 천원!”

 

이번엔 진짜 있었던 일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오케스트라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베토벤의 서곡을 연주할 때의 일입니다. 그는 곡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 트럼펫 연주자를 관중석에 앉아 있도록 했다가 솔로로 불게 했습니다.

연주에 들어간 지휘자는 신나게 지휘봉을 휘두르다가 하이라이트인 트럼펫 연주 부분이 되자 갑자기 관중석으로 돌아서서 더욱 힘차게 지휘봉을 휘둘렀습니다. 그런데 들려야 할 트럼펫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크게 당황한 그는 관중석을 향해 다시 지휘봉을 크게 휘둘렀습니다. 그런데도 트럼펫 소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트럼펫 연주자는 수위에게 망신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수위는 연주자가 관중석에서 트럼펫을 들고 불려고 하자 방해꾼인 줄 알고 두 팔을 잡아 뒤로 젖히고는 자신이 마치 큰일을 해낸 것처럼 일그러진 얼굴의 지휘자에게 이젠 안심해도 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처녀란 소리를 듣기를 원하였고, 수위 아저씨는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임을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산을 산으로 보지 못하고 물을 물로 보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혹은 믿고 싶은 대로 보이게 되어있습니다.

미사 때 사제가 그것을 성체로 들면 그것이 무엇으로 보입니까? 밀떡으로 보입니까, 아니면 예수님의 몸을 보입니까? 예수님의 몸이라고요? 그러나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십시오. 그것은 단순한 밀떡에 불과합니다.

 

교리 신학원 수업 때 제가 성모님에 대해 개신교인들과 만나면 성경으로 이래저래 설명을 해 주라고 강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 자매님이 외국에서 성경박사를 따고 몇 년 만에 돌아온 자기의 친구 목사님과 만나서 그것을 가지고 토론을 했는데 수긍을 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결국 오랜만에 만나서 둘이 싸우고 헤어졌다고 했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만났는데 왜 성모님 이야기를 했느냐고 했습니다. 성경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입니다. 믿는 대로 보이는 것이 성경입니다. 개신교를 믿으면 개신교 식대로 보이고, 천주교를 믿으면 천주교 믿음대로 해석하게 됩니다. 물론 개신교 내에서도 각기 자기 나름대로 성경을 해석하기 때문에 수백 개의 종파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서로 아무리 자신의 이론을 내세워도 이미 자신이 믿기를 원하는 대로 보이기 때문에 아무리 잘 설명을 해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턱대고 성경 가져다 놓고 토론을 할 필요도 없고, 남이 가르치는 대로 그대로 따를 필요도 없습니다. 그럴 땐 성경가지고 싸우지 말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이렇게 성경을 풀어주십니다.

모든 예언서와 율법은 요한에 이르기까지 예언하였다. ‘너희가 그것을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요한이 바로 오기로 되어 있는 엘리야다.”

예수님도 잘 아시고 계셨습니다. ‘받아들이기를 원하지 않으면아무리 설명을 해도 요한은 구약의 엘리야가 되지 않습니다. 머리가 나빠서 성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을 받아들여서 내 삶이 변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성경을 쓰신 것이 아니라 먼저 당신을 믿는 이들 위에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교회가 처음에 가지고 있었던 것은 믿음이고 그 믿음에 따라 성경이 쓰이고 정해졌습니다. 이 교회의 믿음을 우리는 교리’, 혹은 성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순서상으로 교리는 성경을 앞섭니다.

 

제가 한 번 산에 올라가 차를 대접해 주시는 한 스님과 이야기를 나눈 뒤 산 배경을 뒤로하고 잘 나오게 찍어주세요.”라고 말하며 사진을 찍어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사진을 찍으시며 이렇게 중얼거리셨습니다.

있는 대로 나오는 거예요.”

정말 있는 그대로 나오는 게 사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마음에 안 들어 포토샵을 하기도 합니다. 실재는 안 그렇지만 더 예쁘게 나오면 기분 좋아합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마음입니다. 성경도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포토샵 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 나오지만 우리는 그것을 해석합니다. 불가에서도 보이는 것들이 실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 사라지는 것들이고 우리 자신들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해석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해석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어지는 것이기에 성경에 모든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밀떡만 바라보며 그것을 잘 분석해보면 성체라는 답이 나올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경을 대하기 이전에 먼저 무엇을 믿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믿는 대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바오로는 그리스도를 박해하다가 도중에 그리스도를 믿게 되고 자신이 외우다시피 하는 구약을 다시 해석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성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리입니다. 교리를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으면 성경의 해석도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는 것입니다.

개신교 목사님에서 천주교로 개종한 김재중 요셉 회장님은 성경을 수백 번을 읽으셨지만 성모님에 대해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신자들이 외우는 성모송을 듣고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성경을 대하기 전에 먼저 이것부터 깨달아야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믿기를 원하고 있는가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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