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아들 잘됐다고 ‘황혼’ 풍요로울까

인쇄

비공개

2008-12-09 ㅣ No.11891

세대별 은퇴 후 설계
20~30대는 자신의 경쟁력 키우고 40~50대는 ‘제2 직장’ 준비해야
노후가 사라졌다
 
이미 은퇴한 세대가 ‘20-30-20’이었다면 지금 세대는 ‘30-20-30’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은퇴한 세대는 20년 동안 공부해서 30년 동안 일한 다음 은퇴해 20년간 삶을 보내고,
지금 세대는 30년 동안 공부해서 20년 동안 일한 다음 30년 동안 은퇴 후 삶을 보낸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30년 동안 일해서 20년 노후를 보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 반면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짧아지면서 삶의 구조가 열악해졌다.
나빠졌다는 뜻은 인간의 삶 자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금전적으로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일 안 하고 노는 기간이 길어지는 게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도 있으니까.


요즘은 제대로 취업하려면 적어도 30년 이상 공부해야 하는 데다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기껏 20년밖에 안 된다.
게다가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한 이후에도 30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
일하는 20년 동안 내 집 마련을 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동시에 30년 이상의 노후를 준비해야 하다 보니 ‘은퇴 준비’는 이제 세대를 막론한 가장 어렵고 큰 과제가 됐다.


구체적인 은퇴 준비 전략을 짜기에 앞서 경제적 재무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저마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 전략을 수립해야 하지만 여기에서는 세대에 따른 준비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시기에 어떤 연령대에 속해 있었는가에 따라 세대의 특성이 형성된다.
예를 들어 전쟁, 경제위기 등의 경험에 따라 세대별 성격이 달라진다.
또 같은 세대의 인구 규모가 클수록 취업을 하든 집을 사든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세대는 일명 ‘IMF 세대’다.
이들은 1990년대 초반 학번, 즉 나이가 30대 중·후반으로 ‘비운의 세대’라고도 불린다. IMF 세대가 졸업할 무렵인 1997년에 ‘외환위기(IMF)’가 터지면서 이들은 좁은 취업 문을 통과해야 했다.
이들 세대 중 첫 직장을 오래 다닌 사람이 많지 않다.
대부분 자신의 희망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일단 취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보기술(IT) 산업이 발달해 벤처기업에 많이 입사했지만 2000년 초에 불어 닥친 ‘IT 버블’ 붕괴로 또 한 번 매서운 시련을 겪어야 했다.
결혼한 후에는 내 집 마련 한번 해 보겠다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가 경제위기로 높아진 금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IMF 세대 못지않게 불운한 세대가 지금 20대 중·후반인 세대다.
이들은 중·고등학교 시절 실직한 부모 밑에서 IMF를 간접 경험한 데다 요즘엔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본인의 사회 진출마저 막막해졌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들을 ‘트라우마(신체적 충격 후의 정신적 질환) 세대’라고 이름 지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불운한 두 세대로 ‘IMF 세대’와 ‘트라우마 세대’가 꼽힌다.


이들에 앞서 살아온 40~50대를 ‘낀 세대’ 혹은 ‘말초 세대’라고 한다.
온몸이 부서져라 일하면서 오직 처자식의 성공을 위해 희생했지만 막상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면 막막한 세대다.
이들은 부모에게 몸 바쳐 효도한 마지막 세대이며 자식의 효도를 받지 못하는 첫 세대기도 하다.
IMF 세대와 트라우마 세대에게 은퇴 준비는 너무 먼 얘기일 수 있다.
지금 살기도 빡빡한데 은퇴 이후를 준비한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세대와 달리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삶을 책임져 주지 않기 때문에 일찍부터 은퇴 준비가 필요하다.


은퇴를 제대로 준비하려면 그때그때 금융시장의 상황에 따라 투자하는 단기적인 재테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은퇴 이후의 삶을 포함한 인생 전반에 걸친 장기 계획을 짜는 것이 시급하다.
이들 세대가 가장 효율적으로 자산을 늘릴 방법은 우선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즉 자신의 본업에서 얻은 수입이 가장 큰 투자 엔진인 셈이다.
따라서 수입을 늘리려면 자기가 맡은 일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업에는 소홀한 채 주식 투자에만 열중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장래 수익을 창출할 자본으로서의 자신을 연마하는 데 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자신만의 ‘주특기’를 하나쯤 만들어 놓으면 좋다.
남들이 대신할 수 없는 그 사람만의 능력이 있다면 어디에서라도 그를 필요로 할 것이다.


IMF 세대와 트라우마 세대의 은퇴 준비 전략으로 몇 가지 원칙을 꼽을 수 있다.


첫째, 반드시 젊을 때부터 은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투자기간이 최소한 30년 이상 남아있는 이들 세대는 매월 최소 60만원의 투자자금으로도 노후자금을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은퇴자금 마련을 차일피일 미루다 40대에 시작한다면 매월 투자해야 하는 금액은 300만원 정도로 늘어난다.


일찍 투자를 시작해서 소액으로 큰 금액을 만들 수 있는 것은 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재투자되는 복리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복리효과를 누리려면 투자기간을 최소한 25~30년 정도 확보해야 하므로 은퇴자금 마련은 반드시 젊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둘째, 지나치게 부동산에 의존하는 노후 계획은 피한다.
이전 세대들은 지금까지 자산 대부분을 아파트, 상가, 토지와 같은 부동산으로 가지고 있으며, 금융상품도 예금이나 적금 같은 안전 자산 위주로 운용해 왔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시대에 사는 이들은 기존 세대와 달리 주식 위주의 투자상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본에서 확인됐듯이 고령화 사회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크며 매매 물량이 줄어서 제때 팔지 못하는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개인연금 상품에 반드시 가입한다.
세제 혜택을 주는 한도 이상 가입하되 55세까지 20~30년간 꾸준히 투자한다.
가입 상품은 확정금리형, 원금보장형, 채권형과 같은 안정적인 상품보다 주식형 상품처럼 주식투자 비중이 큰 적극적인 상품을 선택해 적립식 투자 효과를 노리는 것이 효율적인 은퇴 준비 방법이다.

넷째, 퇴직연금제도를 은퇴자금으로 이용한다.
퇴직연금제도는 회사에 퇴직금을 적립하던 것과 달리 금융기관에 매년 퇴직금 일부를 적립해 퇴직할 때 연금 혹은 일시금으로 지급받는 제도다.
퇴직연금제도가 본격화하면 반드시 55세나 정년 때까지 퇴직연금제도를 이용하고, 은퇴자금으로 전환해 노후생활비로 사용한다.
운용할 때는 아직 은퇴하려면 수십 년이 남았기 때문에 주식투자 비중이 큰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40대의 50% 이상이 노후자금 준비가 미흡해서 불안해하고 있으며
50대가 되면 이 비율이 80%로 급증한다.
이들 세대는 부모를 부양하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반대로 자식에게 부양 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될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젊은이 중에서 부모를 부양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급하락하고 있으며, 낀 세대와 말초 세대 역시 노후를 자녀에게 의존하겠다는 생각을 버린 지 오래다.
은퇴를 몇 년 남기지 않은 이들은 어떻게 노후설계를 해야 할까?


첫째, 교육비와 은퇴 생활비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낀 세대 중에 무리해서 자녀를 유학 보내거나 지나치게 많은 사교육비를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 세대는 수입이 상당한 수준임에도 저축률이 30%가 안 될 정도로 지출이 많다.


지출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요소가 바로 교육비다.
그래서 교육비로 수입을 다 지출하고 나면 은퇴 준비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게다가 자녀를 명문대에 진학시킨다고 해서 부부의 노후자금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지나치게 자녀 중심으로 사고하면 은퇴 후 노후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즉 40~50대의 은퇴 준비를 위해서는 자녀교육비보다 부부의 노후생활비를 우선시하는 부부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
교육비 지출은 가능하면 최소화하고 안정된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자녀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둘째, 이들은 직장에서의 자리가 불안정하므로 장기계획 마련이 쉽지 않다.
40~50대가 은퇴 설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조기퇴직으로 직장을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40대라면 대부분 겪는 고통으로 짧은 근로연수에 비해 소득이 없는 노후생활이 너무 길다.
따라서 제2의 직장을 마련하는 것이 은퇴 준비의 중요한 요소다.
본인의 경쟁력을 키워서 지금 다니는 직장이나 다른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정년퇴직을 걱정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다음 직업을 준비하는 이는 많지 않다.
좀 더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서 미리 준비해야 하며, 아무런 준비 없이 퇴직 이후 ‘묻지마 창업’을 하는 등의 행동은 피해야 한다.


셋째, 트라우마 세대, IMF 세대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에 의존하는 노후 준비는 금물이다. 낀 세대, 말초 세대는 헌신적으로 일하는 법만 배웠을 뿐 투자 교육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대표적인 세대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 폭등기를 겪으면서 모든 자산을 부동산에 투자해 남은 것이 집 한 채뿐인 경우가 많다.
구체적인 노후 대책 없이 막연하게 현재 사는 집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는 부동산 가격이 침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나치게 부동산에 노후생활을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은 지난 15년간 부동산 가격이 50%나 폭락했다.
경기침체에다 고령사회가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노인들은 질병에 걸리거나 생활비가 부족하면 부동산 매도를 늘린다.
저출산으로 새로운 수요층은 줄어든다.
늘어난 부동산 매물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가격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지나치게 부동산에 의존하기보다는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려 자산 구성비를 균형 있게 유지해야 한다.


끝으로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다면 은퇴자금을 연금화한다.
은퇴 후 필요한 노후생활비의 80% 이상이 연금상품에서 나올 수 있도록 현재 보유 중인 각종 투자자금을 연금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은퇴 후 치매, 뇌졸중 같은 노인성 질환에 걸리거나 거동이 불편해지더라도 연금상품에서 고정적으로 수입이 나오면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부동산 임대수입처럼 불확실한 수입은 생활비의 일부분만 차지하도록 조정한다.


은퇴 준비는 재무적 준비 못지않게 비재무적 준비가 중요하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도 완벽한 은퇴 준비를 했다고 장담할 수 없다.
대부분 시간을 텔레비전 보는 데 허비하는 사람에겐 은퇴란 ‘조기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해변에 누워 여유를 즐긴다고 해도 1~2주만 보내면 지루해진다.
하릴없이 책상 앞에서 시간을 죽이느라 애쓰고 있지는 않은가.
은퇴는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잊지 말자.

                                                   중앙일보 /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watch@miraeasset.com


69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