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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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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남 현숙 작성일 : 2000/09/15 14:48:53 조회수 : 582 36 사랑 받지 못하여
* 사랑 받지 못하여 *
그건 아주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길을 걷다가 였는지 설익은 밥알을 씹다가 였는지 햇빛 속에 어지럼증을 앓던 때였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눈이 아픈 듯도 하고 가슴 한 복판을 누군가의 머리에 받힌 듯도 하고 땀구멍 모두를 파고드는 날 선 바람을 만난 듯도 하고 어쨌든 그를 알아봤다
친한 척 내미는 손을 본 것도 같고 끝 모를 나락으로 밀어 넣는 단단한 이마 징그럽기도 했고 하늘 온통 잡아먹은 해 따위 깔고 뭉갠 어둠 속 불안정한 일 곱 시쯤 절대 원하지 않던 눈물 쥐어 짜놓기도 했고 어쨌든 그를 안았다
훌훌 벗어 다 주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을 열병 혼자인 설움에 뒤틀리는데 덤덤하게 반쯤 돌아선 그는 웃는다 무형의 수렁 같은 詩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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