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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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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례 [sjoung] 쪽지 캡슐

2000-11-09 ㅣ No.1344

작성자 : 남 현숙  작성일 : 2000/09/15 14:48:53    조회수 : 582  

36   사랑 받지 못하여  

 

 

* 사랑 받지 못하여 *

 

 

그건 아주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길을 걷다가 였는지 설익은 밥알을 씹다가 였는지

햇빛 속에 어지럼증을 앓던 때였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눈이 아픈 듯도 하고

가슴 한 복판을 누군가의 머리에 받힌 듯도 하고

땀구멍 모두를 파고드는 날 선 바람을 만난 듯도 하고

어쨌든

그를 알아봤다

 

 

친한 척 내미는 손을 본 것도 같고

끝 모를 나락으로 밀어 넣는 단단한 이마 징그럽기도 했고

하늘 온통 잡아먹은 해 따위

깔고 뭉갠 어둠 속 불안정한 일 곱 시쯤

절대 원하지 않던 눈물 쥐어 짜놓기도 했고

어쨌든

그를 안았다

 

 

 

훌훌 벗어 다 주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을 열병

혼자인 설움에 뒤틀리는데

덤덤하게 반쯤 돌아선 그는 웃는다

무형의 수렁 같은

詩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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