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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12 아름다운 쉼터(실망 거두기(‘행복한 동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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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1-03-12 ㅣ No.625

실망 거두기(‘행복한 동행’ 중에서)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는 강화도에 사는 함민복 시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함 시인의 소설가 친구가 서울에서 찾아왔다. 두 사람은 고기를 잡기 위해 마을 어부들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그물을 던지고 돌아왔다. 한참 뒤 다시 그물을 거두러 갈 채비를 하는데 어부들이 이러는 것이다.

“자, 우리 이제 실망 거두러 가자.”

시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실망? 어망의 한 종류인가?’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어부들이 바다에 나가 고생해서 그물을 쳤으니 그물을 거두러 갈 때에는 ‘그물 가득’ 고기가 잡혔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기대에 못 미친다. 그물을 거둘 때 기대와 달리 고기가 하나도 없다면 어부들은 실망하기 마련이다. 어부들이 거두고자 한 ‘실망’은 바로 그것이다. 기대하면 실망할지도 모르니까 아예 처음부터 텅 빈 그물인 실망을 거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괜히 부푼 기대를 했다가 마음이 상하게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어부들의 지혜였다.

어부들이 왜 실망을 거두러 가는 것일까? 오랫동안 바다에서 그물을 던지며 살아왔지만 바다 속 상황을 훤히 다 들여다보지는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그저 고기가 많은 것이라 짐작한 곳에 그물을 쳤을 뿐이고, 실제 고기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과는 알지 못하지만 그물을 던지고, 거두는 것이 없어도 실망하지 말고 또 던지자는 그들의 도전정신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삶도 강화도 어부와 마찬가지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욕심을 비우는 어부들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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