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성령 강림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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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06-02 ㅣ No.617

성령 강림 대축일(다해. 2001. 6. 3)

                                             제1독서 : 사도 2, 1 ∼ 11

                                             제2독서 : 1고린 12, 3b∼7. 12∼13

                                             복   음 : 요한 20, 19 ∼ 23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어느 책에서 "우리에게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있음은 다행입니다.  우리의 삶이 봄처럼 따스하고, 여름처럼 열정적이고, 가을처럼 풍요롭고, 겨울처럼 혹독할 수 있음을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봄일 수 없듯이 언제나 겨울일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봄의 끝이 여름의 시작인 것처럼 삶의 따뜻함의 꼬리는 혹독함의 머리와 만납니다.  그러나 우리는 따스함과 열정, 풍요로움에 도취해서 슬그머니 그림자를 드리우며 등장하는 혹독함과 빈곤을 준비 못하여 후회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혹독한 시련에 절망, 좌절하여 어느새 그 어두움의 틈새로 몰래 들어와 있는 봄의 따뜻함을 놓쳐 후회하기도 합니다.  기쁨과 희망은 슬픔과 절망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을의 끝이 겨울이듯, 겨울의 끝이 봄이듯 지금은 내일의 시작입니다.  우리의 눈물은 기쁨을 잉태하고, 우리의 진통은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환희의 순간과 손잡을 것입니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스스로 오셔서 우리에게 구원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유다인들은 옳은 말을 하고, 하느님의 뜻을 올바르게 가르쳐주며, 자신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어딘지 모르게 껄끄러운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아 죽임으로써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도 예수님의 죽음을 보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부활하셔서 새로운 희망을 주셨습니다.  다시 예수님과 함께 하게 되어 기뻐하던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떠나셔야 한다고 하시면 승천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승천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는 제자들.  다시 헤어짐으로 해서 슬퍼하는 제자들에게 오늘 성령께서 오십니다.  구원이 세상 끝날 까지 계속된다고 희망을 주시면서, 우리에게 예수님의 삶을 이 세상에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시는 성령께서 오심으로 교회가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가을의 끝이 겨울의 시작이요, 겨울의 끝이 봄의 시작인 것처럼 구세주 예수님께서 떠나시면서 성령이 오셨고, 성령이 오심으로 교회는 시작되었습니다.  성령이 오신 오늘이 교회가 시작된 날입니다.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우리는 모두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같은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라고 오늘 사도 바오로는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 마신 우리는 "예수는 주님이시다"라고 과감하게 고백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성령을 받은 사도들이 과감하게 예수님을 증언하였듯이 말입니다.  성령의 오심을 오늘 제1독서인 사도행전은 "오순절에 신도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 오더니 그들이 앉아 있던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혀 같은 것들이 나타나 불길처럼 갈라지며 각 사람 위에 내렸다"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성령을 받은 이들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성령을 받아라.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 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성령께서 오심으로 예수님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행하신 사랑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성령을 받은 우리는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이 하느님의 일임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래서 예수님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영원히 머문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그 사랑을 자신의 삶 속에 반영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성령을 받아 파견된 우리는 예수님께서 살아가셨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모두가 멀리했던 이들에게 다가서신 예수님처럼, 이기심을 가지고 잇는 이들에게 사랑을 가르치셨던 예수님처럼, 무관심한 이들에게 관심을, 버림받은 이들을 찾아가 데려오셨던 예수님처럼 성령을 받아 "예수는 주님이시다"라고 고백하는 우리들은 예수님의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사랑하고 나누고 관심을 가지며, 서로 섬기고 이해하며 용서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성령께서 주신 은총에 대해 충실히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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