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한국 순교 성인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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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0-09-23 ㅣ No.1082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 축일(나해. 2000. 9. 24)

                                                  제1독서 : 지혜 3, 1 ∼ 9

                                                  제2독서 : 로마 8, 31b ∼ 39

                                                  복   음 : 루가 9, 23 ∼ 26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지난 한

주간은 연휴 때문에 미루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느라 바쁘기도

하였지만 정말 가을의 날씨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혹시 신자라는 이유 때문에 가끔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으십

니까?  우리가 하는 말이나 일을 보면서 다른 이들이 성당 다닌다면서, 신

자라면서 그게 뭐냐, 이래야 되는 것 아니냐 등등 터무니없이 어떤 이상적인

모습을 요구한다거나, 무조건적인 희생과 참아주기, 오른쪽 뺨 때리면 왼쪽

뺨도 내어주기와 같은 일들을 여러분들도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가

끔은 신자가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들도 하셨을 것입니다.  또 많은 이들이

신자가 아닌 듯이 살아가고 있고 말입니다.  또 신자라고 알려진 사람들은

하느님을 욕되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그래서 믿는다는 것이 요즘

아이들 말로 장난 아닙니다.

  교회는 9월을 순교자 성월로 정했고, 오늘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

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 축일 즉 한국의 순교 성인들의 대 축일을 지내

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순교자들의 삶을 기억하고 공경하는 시간을 갖

고 있는 것입니다.  순교란 '증거'를 뜻하며, 하느님의 뜻에 따라 목숨을 바

쳐 신앙을 증거 하는 숭고한 행위입니다.  세속적이고 한계적인 생명 위에

영원하고 영적인 생명이 있음을 증거 하는 삶이 바로 순교입니다.

  로마에서 순교한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성인은 순교야말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가장 완전한 길이며 방법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200년 전 이 땅

에서 숨져간 만 여명 이상의 순교자들은 모두 이렇게 살다가 간 훌륭하고

위대한 분들입니다.  옥사한 심바르바라의 두 살된 어린 딸, 13세의 유대철

베드로 소년 그리고 84세의 남성교 아우구스띠노 노인에 이르기까지 이분들

은 모두 묵묵히 그러나 당당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목숨을 걸면서 진리

를 증거 했습니다.  순교자들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나를 따르

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라

는 이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였던 것입니다.  순교자들은 모두 현실을 뛰어넘

는 영원한 가치를 실천하신 것입니다.  지혜서는 의인들의 죽음이 결코 헛되

지 않음을, 로마서간은 하느님과 일치된 사랑의 삶은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두려움이 없음을, 복음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와 목적이 바로

구원의 삶, 영원한 삶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순교자들은 모두 이러한 신

념 속에 부끄러움 없이 살다가 떳떳하게 죽어간 분들입니다.

  오늘의 우리들은 어떠합니까?  목숨을 걸면서까지 신념과 진리를 지켜본

적이 있습니까?  우리는 두렵기 때문에, 혹은 현실적 계산과 망설임 때문에

신앙까지도 뒷전에 밀어 놓은 비겁자, 위선자, 배신자일 수 있습니다.  우리

는 우리의 삶의 태도와 삶의 목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어떠한 결

단이 필요하고 선택해야 하는 일에서 그저 그렇게 남의 눈치만 보면서 비겁

하고 위선적이며 예수님과 순교자들을 배반하는 아니 자기 자신을 배반하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아픔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통을 체험

해 보지 않고는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순교자 대 축일을 보내면서 우리 자신, 우리 가족의 안위만

을 살피는 옹졸한 마음에서 벗어나, 신앙인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우

리의 삶이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말이나 일을

보면서 다른 이들이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따를 수 있게 살

아야 합니다.  우리의 삶이 바로 순교 성인들처럼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이

되도록 순교의 자세로 살아갈 것을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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