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목마> 천일야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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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openarms] 쪽지 캡슐

2000-03-22 ㅣ No.432

내가 길을 가던 중에 있던 일이다. 마침

학교가 늦게 끝나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오자, 지친 다리를 쉬고자, 창가 쪽의 의자에

앉았다. 피곤했기 때문에, 쉴 겸 창문을 보고 있었다.

 

버스가 신나게 가던 도중, 갑자기 멈추었다.

신호등이 빨간불인 것이다. 멈추어 있어서,

빠르게 스쳐가던 풍경이 잠시 고정되었다.

4차선 도로이기 때문에, 밖을 보고 있던 도중,

한 아저씨가 눈에 띄었다.

 

그 아저씨는 흔들목마를 4대 정도 갖고 있었다.

물론, 흔들목마에 타는 사람은 없었다.

그 아저씨가 주섬주섬 챙길 때, 옆의 대학생 두 명 정도가

그 흔들목마에 타는 것이었다. 버스에서 바라보던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런 대학생을 보고 비웃었다.

그 때 나는 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 나이가 되어서 흔들목마를 타고 싶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갑자기 어린아이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흔들목마를 타기 위해서다.

 

나는 이제서야 대학생들의 뜻을 알았다.

장사가 안되시는 그 아저씨를 위하여,

다른 아이들을 부른 격이었다.

그 때 아저씨의 표정은 웃고 있었고, 대학생들은

흔들목마 타는 것을 멈추고, 빙긋 웃어보였다.

 

며칠 뒤, 나는 길을 걷다 다시 그 아저씨를 보았다.

물론 목마는 잘 돌아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줄을 선 정도는 아니었지만,

잠시 쉴 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저녁까지 그 풍경을 지켜 보았다.

저녁,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자, 나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왜 붕어빵, 계란빵 같은 장사도 있는데, 왜

흔들목마냐고. 아저씨의 대답은 이랬다.

 

"난 아이들이 웃을 때가 가장 좋단다. 그리고 이런 추억은

요즘 아이들에게 있지 못할 추억이란 걸 아니까, 더욱 더

그러는 것인지도 몰라."

 

 

후니 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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