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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캠프를다녀와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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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민 [h-mingo] 쪽지 캡슐

2000-07-20 ㅣ No.920

그 릇

 

 

한쪽 끝에 조각나 깨어진 그릇이 있었습니다.

왜 조각나서 깨어졌냐고는 말할 수 없어요..

원래 그랬다고 밖에는...

깨어진 그릇에는 담아두는 것에 한계가 있었죠.

그 깨어진 곳 바로 밑까지만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 위로 채워질 때는 넘쳐서 새어나왔거든요.

그리고..

때론 날카롭게 깨어진 그릇에 다른 이를 다치게도 했답니다.

그릇은 그런 자신이 미웠지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이 미웠지요.

자신은 좀더 많은 것을 담지 못했던 것이 싫었지요.

그래서 자신의 깨어진 곳을 매꾸어 줄 다른 조각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많은 다른 그릇을 만났습니다..

자신보다 큰 그릇.. 작은 그릇..더 크게 깨어진 그릇..

그러다가 다른 그릇들 속에서 어떤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모두가 조금씩 깨어진 자국이 있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깨어진 자국은 저마다 다른 것이었지요.

누구는 날카롭게, 누구는 뭉퉁하게, 누구는 가늘고 길게,

누구는 굵고 짧게...

비로소 그릇은 알게 되었습니다.

깨어진 자국..

그곳을 얼마 만큼이나 뭉툭하게 다듬어 가는 것..

그리고 가능하면 그곳을 사용하지 않는 것..

그렇게 다듬어가는 것임을..

그것을 매꿀 수 있는 것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을..

그것을 매꿀 수 있는 조각은 없다는 것을..

다른 이의 조그만 힘이 있다면 더욱 가속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임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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